삼성 '파운드리 라이벌' TSMC "애플 납품 위해 재생에너지 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창간 56주년] 코로나시대 新 생존키워드는 ESG
ESG 무시하면 글로벌 기업과 거래 못해
RE100 캠페인 바람
협력업체에도 독려
투자자들 압박 커져
ESG 무시하면 글로벌 기업과 거래 못해
RE100 캠페인 바람
협력업체에도 독려
투자자들 압박 커져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대만의 간판기업 TSMC. 이 회사는 지난 7월 ‘RE100(Renewable Energy100)’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2050년 이전까지 해상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 쓰는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TSMC 쇼크’란 반응이 나왔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만 따로 공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처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신경 쓰는 기업이 RE100 제품만 공급받겠다고 선언하면 대응할 방법이 마땅찮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들이 협력 업체에도 RE100을 독려한다는 데 있다. 기업 생태계가 협업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인 만큼 공급망 전체가 RE100을 실천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품·소재 업체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말이 독려지 ‘압박’과 다름없다는 항변이다.
국내 기업에도 RE100은 ‘발등의 불’이다. RE100의 선봉에 선 글로벌 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가 많다. LG화학과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GM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시설의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BMW도 연내 필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더 적극적이다. 이랜드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뉴발란스는 2025년까지 RE100 달성을 공언했다. 롯데와 국내에서 합작한 네슬레, 신세계와 협업 중인 스타벅스는 이미 RE10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는 전무하다. 정부의 인센티브가 적고 재생에너지만 쓸 방법도 없다. 기업들의 현실적 고충을 감안해 정부가 제도와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미국, 유럽에 비해선 미흡한 것이 많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ESG다.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이 ESG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최대 육가공 회사 JBS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주가는 올 들어 9일까지 25% 하락했다. 브라질 삼림이 벌채된 구역에서 사육되는 소를 구매하는 기업이란 비판이 일자 노르웨이 연기금 등이 ‘투자 보이콧’을 선언한 여파다.
환경, 노동 등의 이슈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큰손들의 ESG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를 도입하는 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나라의 물건을 수입할 때 무거운 관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ESG 규범을 준수하는 기업에 지원을 늘리면서 시중 자금도 해당 기업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이고운 기자 ahnjk@hankyung.com
국내 반도체업계에선 ‘TSMC 쇼크’란 반응이 나왔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만 따로 공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처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신경 쓰는 기업이 RE100 제품만 공급받겠다고 선언하면 대응할 방법이 마땅찮다”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기업 줄줄이 RE100 참여
RE100은 2050년 이전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이 개념이 처음 나온 2014년엔 관심을 두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충분한 양의 재생에너지를 구하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았다. 불과 6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애플, 구글, 월마트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RE100 참여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곳은 263개사에 달한다.문제는 이들이 협력 업체에도 RE100을 독려한다는 데 있다. 기업 생태계가 협업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시대인 만큼 공급망 전체가 RE100을 실천해야 한다는 논리다. 부품·소재 업체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말이 독려지 ‘압박’과 다름없다는 항변이다.
국내 기업에도 RE100은 ‘발등의 불’이다. RE100의 선봉에 선 글로벌 기업에 부품과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가 많다. LG화학과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GM은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시설의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BMW도 연내 필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기로 약속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은 더 적극적이다. 이랜드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뉴발란스는 2025년까지 RE100 달성을 공언했다. 롯데와 국내에서 합작한 네슬레, 신세계와 협업 중인 스타벅스는 이미 RE10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는 전무하다. 정부의 인센티브가 적고 재생에너지만 쓸 방법도 없다. 기업들의 현실적 고충을 감안해 정부가 제도와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미국, 유럽에 비해선 미흡한 것이 많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ESG 칼날’ 휘두르는 큰손 투자자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도 ESG는 ‘뜨거운 감자’다. ESG 원칙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외부에서 압박이 들어온다. 호주 광산기업 리오틴토는 철광석 광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호주 원주민의 동굴 유적지를 폭파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ESG에 민감한 기관투자가들은 “사회적 가치를 저버렸다”며 리오틴토를 강하게 압박했고 CEO가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ESG다.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이 ESG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최대 육가공 회사 JBS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주가는 올 들어 9일까지 25% 하락했다. 브라질 삼림이 벌채된 구역에서 사육되는 소를 구매하는 기업이란 비판이 일자 노르웨이 연기금 등이 ‘투자 보이콧’을 선언한 여파다.
환경, 노동 등의 이슈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큰손들의 ESG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를 도입하는 공약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나라의 물건을 수입할 때 무거운 관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ESG 규범을 준수하는 기업에 지원을 늘리면서 시중 자금도 해당 기업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이고운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