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LEED라고 들어보셨나요?
투자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는 ESG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 시장의 자금줄인 글로벌 연기금 및 국부펀드를 비롯해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산운용사와 기업들까지 ESG를 투자 및 경영의 기본 원칙으로 채택하고 나서면서 한 때 스쳐지나가는 유행처럼 여겨졌던 ESG는 기업의 일원이라면 꼭 이해해야 할 상식이 됐다.

ESG 바람은 오피스 빌딩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창고, 유통센터, 호텔, 병원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에도 불고 있다. 건물의 설계부터 건설, 운영 및 관리 등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 재료를 활용하고, 효율적 에너지 시스템을 갖춰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지를 투자 결정에 고려하는 기관투자가가 늘고 있다. 앞으로 친환경 건물인지 여부가 그 건물의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시장의 '큰 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다. LEED는 미국 건축위원회(USGBC)가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평가 시스템이다. 1998년 첫 기준을 내놓은 이후 4차례에 걸쳐 평가 기준 및 방식을 개선시켰다.

LEED로부터 인증을 받기 위해선 이들이 제시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지속가능한 부지 △수자원 활용 △에너지와 대기환경 △자재와 자원 △실내 환경 물질 △위치 및 교통 △통합적 프로세스 △창의적 디자인 △지역적 특성 등 9가지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건물 전체의 에너지(전기, 물) 효율성은 높고, 실내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이뤄진 설계,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건축, 주변 환경(교통량, 일조량)과의 조화가 이뤄진 건물이어야 높은 점수를 받는 셈이다.

평가 점수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 인증 등 네 가지 등급이 매겨진다. 높은 LEED 점수와 에너지 효율과의 상관 관계에 대해선 연구에 따라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골드 등급 이상의 건물은 다른 건물에 비해 20% 가량 향상된 에너지 효율을 보였다. 하지만 인증 건물 전체적으로 보면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확산된 ESG바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겹치며 LEED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시장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국내 대표 출자자(LP)들은 모두 오피스 등 부동산 투자에 LEED 인증 여부를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등 국내 대표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수많은 국내외 투자 기관들 역시 암묵적으로 '골드'등급 이상의 빌딩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 초 국민연금이 KKR·이지스자산운용·SK D&D에 5000억원대에 매각하며 연간 10%대의 수익률을 거둔 남산스퀘어(구 극동빌딩)는 수 년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LEED 골드 등급을 받았다. 네이버 등 IT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등 오피스 외 건물에도 골드 이상의 높은 친환경 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기업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단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무 공간의 혁신과 그린 빌딩이란 두 가지 트렌드에 대한 고민이 요구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무실과 업무 방식에 대해선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잠재적 리스크 방지를 위해 일하는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높은 LEED 등급의 작업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기업에 미치는 편익은 얼마나 될지, 그리고 그린 빌딩으로의 전환을 뜻하는 그린 리모델링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투자 업계의 ESG 바람이 기업의 주가와 재무구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회사가 현재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나 앞으로의 부동산 투자 또는 처분 계획을 LEED 기준에 따라 진단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