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투자 재검토" 맞대응
한국GM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싸고 최근 발생한 노조의 쟁의행위로 회사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차세대 글로벌 신차 생산을 위해 예정된 부평공장 투자를 보류, 재검토한다고 6일 밝혔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임단협 타결을 위해 19차례에 걸쳐 교섭을 가졌지만,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한국GM측은 지난달 22일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에 약 2150억원(1억9000만 달러)을 투자해 신차를 생산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임금협상 주기를 이번 한 번만 2년으로 늘리자는 요구도 덧붙였다.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면 경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직원들에게도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협상 주기 연장에 반대하며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했다. 또한 협상 주기를 연장하자는 사측의 요구에 반발해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고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이틀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사측이 임금협상 주기 연장안을 포기하지 않자 6일·9일·10일 사흘간 추가 부분 파업을 진행 중이다. 앞선 부분 파업과 마찬가지로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가 각각 4시간씩 일손을 놓는다. 잔업과 특근 거부도 계속하기로 했다. 부분 파업이 이어지자 한국GM도 부평공장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만 6만대 규모의 생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노조의 부분 파업이 더해지며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이유다.
한국GM측은 "상반기 심각한 현금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강력한 비용절감 조치로 겨우 넘겼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부평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했고 지난 4월부터는 팀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들의 임금을 20% 유예하고 있다. 임원들은 임금 20% 유예에 더해 직급에 따라 급여도 5~10% 추가 삭감했다. 직원들의 월급에 손을 대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셈이다.
다만 노조의 쟁의행위로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한국GM의 입장이다. 한국GM은 "최근 노조의 쟁의행위로 7000대 이상의 생산 손실이 추가됐고, 사흘 간의 부분파업으로 생산손실 규모는 누적 1만2000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발생한 6만대를 만회하기는 커녕, 생산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인에게 "생산 차질이 재발한다면 한국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한국법인도 철수 직전까지 갔지만, GM 본사가 64억달러, KDB산업은행도 7억5000만달러를 수혈하며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GM 본사가 2028년까지 한국GM의 자산이나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국내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하면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이 카젬 사장의 지적이다.
카젬 사장 등 한국GM 전·현직 임직원들은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출국 금지도 당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노조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위반했다며 사측을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자체적인 유동성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생산 손실은 점차 커지고 사법·노동 리스크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올해 미국 본사에 제시한 흑자 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만에 하나 GM이 한국GM의 상황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한국 철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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