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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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마니 가격이 22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여름 태풍과 장마로 인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결과로 농민들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쌀 예상 생산량 조사에선 3%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쌀 값 폭등, 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쌀(20kg)의 도매 가격은 5만5380원을 기록했다. 지난 5년 간의 평균 가격보다 35.4%, 1년 전보다는 17.1% 뛰었다. 부산 등 일부 도매시장에서는 5만9000원에 거래돼 6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 가마 기준으로는 22만1520원이다. 작년 국회가 쌀 한가마니 목표가격으로 정했던 21만4000원을 크게 웃돈다.

쌀 값은 지난 9월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9월 쌀 월평균 가격은 5만1159원을 기록해 aT가 가격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만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엔 5만3719원으로 뛰었고, 이달들어 1~9일 평균 5만5147원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당초 10월 중하순부터 가격 안정세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빨리 수확하는 조생종 벼만 작황이 좋지 않아 10월초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곡물관측에서 10월 하순부터 쌀 가격 하락세가 시작돼 11월 가격은 10월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의 쌀 예상생산량 통계에서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3%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수급 불안정은 심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쌀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생산량 예측과 가격 전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 등 주요곡창지대의 농민들은 많게는 20~30% 가량 생산량이 줄었다고 보고 있다. 쌀 생산량을 좌우하는 8월 초순에 비가 많이 와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알곡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조금 늦게 수확하는 중만생종 작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가격이 하락할 정도는 아니라고 농민들은 보고 있다.

정부, 시장 개입할 듯

올해 쌀 생산량이 3%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상 생산량 조사와 농민들의 체감이 다른 것은 통계청의 조사방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통계청은 9월께 벼에 달린 낱알 수를 기준으로 예상 생산량을 발표한다. 이후 수확 후 벼의 무게를 재 11월 생산량 조사를 업데이트 한다. 낱알이 많이 맺혀도 쭉정이가 많으면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이 크게 차이날 수 있는 것이다.

쌀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적정 가격에 내놓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비축 예정인 2020년산 쌀을 비축하지 않거나 기존에 비축한 2019년 또는 2018년 쌀을 푸는 방안이 거론된다.

식품·유통업계에선 2018년산 등 구곡을 풀 경우 대부분 외식업체 등으로 흘러가 실제 쌀 소비자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20년산 쌀을 풀어야 소비자가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비축미 매입량을 줄이거나 매입 후 즉각 방출하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야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농협과 정부가 쌀 수매가격을 더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가 나오면 수급 상황에 따라 비축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이해관계자의 의견 조율이 필요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