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식 월덱스 대표
반도체 칩의 생산 수율 좌우
삼성 등 국내외 기업에 공급
美 잉곳업체 인수…일관 체제
월덱스는 2001년 실리콘 전극의 미세구멍 가공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이었다. 배종식 월덱스 대표(사진)는 “창업 초기 PC 보드기판에 홀(구멍)을 내는 기계를 활용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실리콘 재질은 깔끔하게 뚫리지 않았다”며 “원하는 품질에 도달할 때까지 실험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월덱스는 2009년 고순도 석영(쿼츠)으로 만든 식각 부품도 개발했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외 주요 반도체 메이커에 공급선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메이커뿐 아니라 소니, 마이크론, TSMC, 도시바 등 해외 유수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2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의 77%(작년 기준)는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최근 1년간 수출(2019년 8월~2020년 7월)은 5143만달러(약 572억원)를 기록했다. 배 대표는 “실리콘 전극은 기술 장벽이 높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체가 4~5곳에 불과해 수출 실적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공로로 배 대표는 지난달 26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월덱스는 2009년 미국 실리콘 잉곳업체인 WCQ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WCQ는 실리콘 부품의 원재료인 실리콘 잉곳을 주로 생산해 월덱스로 90% 이상 공급해왔다. 배 대표는 “타사와 달리 자회사로부터 자체적으로 잉곳을 공급받아 실리콘 부품을 만드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해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며 “WCQ의 기존 글로벌 고객사들을 통해 제품 판매망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학부 시절 법학을 전공하고, 한 제약회사에서 신사업팀을 맡으면서 반도체 부품산업에 눈을 떴다. “일본을 따라잡을 소재 기업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고 2000년 월덱스를 창업했다. 올초 창업 20주년을 맞은 월덱스는 ‘도약(leap) 2525’ 비전을 선포했다. 반도체 소재기업으로서 사업을 다각화해 2025년 매출 2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배 대표는 “신사업 일환으로 반도체용 카본(탄소) 소재 제품을 내년께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