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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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국내 1, 2위 항공사를 통합하는 빅딜을 통해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출범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공멸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협상 중이다. 한진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아시아나항공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보내고, 공식적인 인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서도 이 같은 방안을 사실상 승인한 상태다. 정부와 산은은 추가 협의를 거친 후 이르면 다음주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두 회사의 합병 추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 방식은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후 한진칼이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항공업계 여건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형 항공사(FSC) 한 곳으로 재편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40조원을 보유한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된다. 대한항공의 보유 기체는 173대, 아시아나항공은 86대다.

다만 이번 인수 건이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코로나19로 항공업종의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힘든 데다 ‘제2 민항’이 없어지는 것에 따른 산업계 우려도 크다. 산은도 이날 “(두 회사 합병은) 여러 가지 옵션 가운데 검토 중인 하나로, 확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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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직후 대한항공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내부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항공업 노하우가 풍부한 대한항공 에 맡기는 것 외에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초대형 국적항공사 한 곳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정부 당국의 판단도 작용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 같은 방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산은의 자금 지원을 통해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고, KCGI(강성부 펀드) 등이 참여한 ‘3자 주주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41.14%다. 반면 3자 주주 연합은 4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 3자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면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을 얻게 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논의 중인 인수 방식에 따르면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구주대금만 지급하면 된다”며 “인수 부담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조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제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산은의 투자로 인수 부담은 낮아졌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 2291%에 달한다.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률은 56%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민 거리다. 대한항공은 화물 영업에 주력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올 4분기엔 적자전환 가능성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관건이다. 국내 1, 2위 항공사인 두 회사의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두 회사를 당장 합치기보다는 별도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장단기 노선 조정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에 주력하며 장기 생존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민/임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