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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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출생자가 사망자 수를 밑돌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계속 떨어져 온 인구 증가율이 결국 감소세로 뒤집힌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2만여명이 줄어들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사망자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주원인은 출생자 급감이다.

출생·사망 인구 추이를 보면 2016년 이후 출생자 수가 훌쩍 떨어지고 있어서다. 2017년 이후부터는 매년 약 3만명씩 줄어들며 15년간 유지됐던 연간 출생아 40만명선이 무너지고 30만명선으로 진입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 역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작년 1분기 0.90명, 2분기와 3분기 0.84명이었다. 세계 평균(2.4명)이나 복지국가가 많은 유럽연합(EU) 국가의 평균(1.59명)과 차이가 매우 크다는 평가다.

성별로 보면 남자 인구는 2년 연속 감소했고, 여자 인구도 증가폭이 2만5115명에서 2949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지난 2015년에 처음으로 여자 인구수가 남자를 추월한 이래 지난해 여자·남자 간 인구 격차는 최대(14만6965명)로 벌어졌다.

고령화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연령대별 인구에서 지난해 50대가 864만5014명(16.7%)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60대 이상은 24.0%로 약 4분의 1 수준으로 집계됐다. 10대 이하 인구는 16.9%에 그쳤다. 10년 전에 비해 10대와 30대는 각각 4.0%포인트, 3.0%포인트 줄었지만 60대는 4.7%포인트, 70대 이상은 3.5%포인트 늘어났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구구조 변화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합계출산율은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상 비관 시나리오인 0.72명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측은 "코로나가 몰고 온 고용·소득 충격이 20∼30대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점이 혼인과 임신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감소 중인 합계출산율이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임신 유예와 혼인 감소 등의 이유가 더해지며 가속도가 붙었다는 설명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40년 후인 오는 2060년엔 국내 인구가 절반 이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경연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 인구는 2500만명으로, 생산가능인구는 48.1%,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6∼21세)는 42.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커지는 등 이같은 '인구 절벽'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오는 2026년∼2035년 경제성장률이 0.4%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승우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은 "2020년은 인구 통계적으로 인구감소의 시작, 1·2인세대의 폭발적 증가·역대 최저의 출생자 수 등으로 인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며 "정부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각 분야의 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