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땜질 처방' 안 통했다…"건강보험 3년 뒤 고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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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케어·코로나에 건보 적자 급증
작년 1~3분기, 95% 급증한 2.6조 적자
작년 1~3분기, 95% 급증한 2.6조 적자
건강보험이 지난해 1~3분기 2조6000억원 넘게 적자를 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한 수치다.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건보 지출 증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험료 수입 타격이 겹친 탓이다. 건강보험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면 3~4년 뒤 건보 적립금이 고갈되고 보험료의 큰 폭 인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3분기 건강보험 수입·지출 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작년 1~3분기 누적 2조6294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9435억원, 2분기 3379억원, 3분기 1조3480억원 등 매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적자가 크게 불어난 1차적인 원인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있다. 문재인 케어는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책이 본격화된 2018년 건강보험은 8년만에 적자(1778억원)를 냈고, 2019년과 작년은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격이 비싼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상급종합병원 입원 등 이용의 문턱이 낮아졌고 관련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엔 코로나19 여파로 의료기관 불황이 심해졌는데도 상반기 기준 MRI 진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다. 초음파를 포함한 검사료(5.0%)와 상급종합병원 입원료(5.3%)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RI 등 진료비가 급증하자 정부는 뒤늦게 '속도 조절'을 하고는 있다. 작년 3월 뇌 MRI의 건보 지원율을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 시행 예정이던 척추MRI, 심장 초음파 등 건보 적용 계획도 1년 미뤘다. 하지만 이런 일부 조정으로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보 지출 증가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엔 코로나19도 건보 재정에 악재로 작용했다. 건보의 주요 수입원은 보험료인데, 경기 침체로 국민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서 건보료 수입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1~3분기 건보 수입(51조8750억원) 증가율은 1.5%로, 전년 같은 기간(9.6%)보다 크게 꺾였다. 작년 상반기 실시한 9000억원 규모 저소득층 건보료 경감 대책도 영향을 줬다.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줄어 건보 지출 증가율(13.8% → 3.9%)도 둔화됐지만 수입 쪽 타격이 더 컸던 탓에 적자가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란 지적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 적립금이 2023년 7000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이듬해 고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분석에서도 적립금이 2023년 1조원, 2024년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지난해도 연간 재정 적자가 정부 전망치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홍 교수는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에 세계에서 제일 빠른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정부 전망보다 빨리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이 올해 최우선 감사 대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올려놓은 이유도 여기 있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최악의 경우 건강보험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고 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건보료를 많이 올릴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건보료 인상폭이 커진 상태인데 가입자 부담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건보료율 인상률은 2016년 0.9%, 2017년 0%였으나 2018년 2.04%, 2019년 3.49%, 작년 3.2% 등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보험료를 급격히 올리는 건 국민 저항이 커서 어렵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보 혜택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정 의료보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이 무분별한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통합연계형 의료서비스'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모델은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중복·과잉 진료를 줄이자는 정책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3분기 건강보험 수입·지출 현황'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작년 1~3분기 누적 2조6294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9435억원, 2분기 3379억원, 3분기 1조3480억원 등 매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건강보험 적자 95% 급증
지난해 1~3분기 적자 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적자(1조3475억원)보다 95.1% 늘어난 것이다. 4분기 실적이 더해지기도 전에 정부의 2020년 연간 재정수지 전망치(2조7275억원)에 거의 근접했다. 이대로면 작년 연간 재정 적자가 역대 최대였던 2019년 기록(2조8243억원)마저 깰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적자가 크게 불어난 1차적인 원인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있다. 문재인 케어는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책이 본격화된 2018년 건강보험은 8년만에 적자(1778억원)를 냈고, 2019년과 작년은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격이 비싼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상급종합병원 입원 등 이용의 문턱이 낮아졌고 관련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엔 코로나19 여파로 의료기관 불황이 심해졌는데도 상반기 기준 MRI 진료비는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다. 초음파를 포함한 검사료(5.0%)와 상급종합병원 입원료(5.3%)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MRI 등 진료비가 급증하자 정부는 뒤늦게 '속도 조절'을 하고는 있다. 작년 3월 뇌 MRI의 건보 지원율을 낮췄다. 지난해 하반기 시행 예정이던 척추MRI, 심장 초음파 등 건보 적용 계획도 1년 미뤘다. 하지만 이런 일부 조정으로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보 지출 증가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엔 코로나19도 건보 재정에 악재로 작용했다. 건보의 주요 수입원은 보험료인데, 경기 침체로 국민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서 건보료 수입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1~3분기 건보 수입(51조8750억원) 증가율은 1.5%로, 전년 같은 기간(9.6%)보다 크게 꺾였다. 작년 상반기 실시한 9000억원 규모 저소득층 건보료 경감 대책도 영향을 줬다.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줄어 건보 지출 증가율(13.8% → 3.9%)도 둔화됐지만 수입 쪽 타격이 더 컸던 탓에 적자가 확대됐다.
◆"이대로면 3년 뒤 건보 적립금 고갈"
적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한 것이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보는 2011~2017년 매년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한 덕분에 2017년 누적 적립금이 20조77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작년 3분기 15조1400억원까지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까지 건보 적립금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가 2019년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2023년말 적립금 전망치는 11조800억원.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란 지적이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보 적립금이 2023년 7000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이듬해 고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분석에서도 적립금이 2023년 1조원, 2024년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지난해도 연간 재정 적자가 정부 전망치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홍 교수는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에 세계에서 제일 빠른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정부 전망보다 빨리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원이 올해 최우선 감사 대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올려놓은 이유도 여기 있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최악의 경우 건강보험급여 지급에 차질을 빚고 의료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건보료를 많이 올릴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건보료 인상폭이 커진 상태인데 가입자 부담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건보료율 인상률은 2016년 0.9%, 2017년 0%였으나 2018년 2.04%, 2019년 3.49%, 작년 3.2% 등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보험료를 급격히 올리는 건 국민 저항이 커서 어렵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보 혜택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적정 의료보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목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이 무분별한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통합연계형 의료서비스'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모델은 의료기관 간 연계·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중복·과잉 진료를 줄이자는 정책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