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 복합쇼핑몰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 복합쇼핑몰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주말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겸 찾는 복합쇼핑몰이 매달 두 번의 주말을 쉬게 된다고요? 제게는 유통기업 규제라기보다는 소비자의 문화생활 규제 같은데요."

기자가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묻자 주부 김모씨(37)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 같이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월 2회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관련 유통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 이용객이 대체로 겹치지 않는 만큼 법안이 내세운 소상공인 보호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복합쇼핑몰 쉰다고해서 전통시장 가지 않을 것"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 복합쇼핑몰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 복합쇼핑몰의 모습./사진=이미경 기자
민주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와 같이 ‘월 2회 영업제한’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유통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입법안이 근간으로, 대규모 점포의 등록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에 골목상권 등 상점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소재 복합쇼핑몰 'IFC몰'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의 수요가 겹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30대 직장인 손모(33)씨는 해당 유통법에 대해 "복합쇼핑몰이 쉰다고 해서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부 이모(33)씨 역시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누가 두부, 나물, 과자 등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사러 복합쇼핑몰에 오겠냐"며 "설사 그렇다해도 복합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해당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앞서 규제가 적용된 대형마트 휴무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수치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소비자 465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휴무일에 어디에서 쇼핑하는지 물어본 결과,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소비자는 5.81%에 불과했다. '아예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9.7%로 나타났다. 이에 비춰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

소비자들은 문화·여가 시설이 복합쇼핑몰의 한 축이란 점에서도 유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1세, 3세 아이를 키운다는 김모씨(37)는 "복합쇼핑몰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다 같이 나와 시간을 보내는 장소"라며 "크리스마스 등 시즌에 맞게 장식도 되어 있으니 사진도 찍고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모차 끌고 몰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카페나 통로 의자 등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며 "이런 공간을 월 2회 의무휴업하도록 한다는 건 단순히 대기업을 규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문화생활 공간을 규제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모(33)씨는 "영화관이나 서점 이용 또는 식사를 위해 복합쇼핑몰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소위 '몰링'(쇼핑뿐만 아니라 외식, 여가생활 등을 한곳에서 즐기는 것)하러 오는 건데 전통시장에서는 이를 대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복합쇼핑몰 규제가 아니라 전통시장만의 특색을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 모습./사진=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 모습./사진=신세계프라퍼티 제공
대부분 교외에 있어 방문객들이 주말에 몰리는 대형쇼핑몰은 해당 법안 통과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말 휴업 규제까지 겹치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소비자도 불편할뿐더러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들 역시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에게 복합쇼핑몰은 판매 공간임과 동시에 '경험 공간'"이라며 "날씨가 궂어도 유모차 끌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