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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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에 대해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법률(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1월부터 50인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중소기업계에선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격앙된 반응과 함께 “한국을 뜰 일만 남았다”는 자포자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인들은 사업주 처벌 조항에서 징역의 ‘상한’을 없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 발생시 10~20여년까지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형사처벌 리스크’를 안게 됐다.

산업재해 발생 원인의 절반 가량이 현장 근로자의 부주의나 과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임을 모두 사업주가 지는 건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중소기업은 대표이사의 99%가 오너인 만큼 사고는 곧바로 기업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과 호주도 비슷한 법을 앞서 시행하고 있지만 산재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영국은 사업주가 아닌 법인만 처벌하고, 호주는 근로자에게도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중대재해법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국에서 공장과 건설 사업장을 가동하고 있는 56만개 중소 제조업체와 47만개 중소 건설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고용인원만 500만명이 넘는다. 일부 업체 대표들은 “산재에 대해 기업인을 살인죄와 같은 형량으로 다스리는 나라에서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며 “코로나사태만 잠잠해지면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다. 일부 아시아 국가 대사관에선 먼저 중소기업인들에게 접근해 공장 이전을 조건으로 면세, 부지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뿌리기업 대표는 “과거 카바레, 도박 등 불법업체들이 ‘바지사장’을 내세우곤 했는데, 우리(중소기업)도 정부 단속을 피해 바지사장까지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의도적으로 직원을 해고하거나 회사 규모를 축소시키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법의 유예 및 예외 적용 대상인 50인 미만 또는 5인 미만 사업장 기준에 들기 위해서다. 중대재해법을 놓고 ‘일자리 수출법’, ‘실업 양산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랜 서양 격언에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잘못은 고치돼 중요한 가치는 변함없이 지켜야한다는 의미다. 중대재해법은 산재 사고를 줄이고,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부작용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 보완 입법을 통해 자포자기 심정인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