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요구르트, 떠먹는 요거트 등 국내 발효유 시장은 출산율 저하 등으로 몇 년간 정체였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1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3000억원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 보조식품’으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자 경쟁도 치열해졌다. 유업계는 루테인, 밀크씨슬, 다이어트에 좋은 원료 등을 추가하거나 맛을 다양화하면서 매출 확대에 나섰다.

요거트에 루테인·콜라겐까지

발효유의 성수기는 봄과 가을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환절기 건강을 챙기려는 성인이 많이 소비했다. 최근 이 성수기의 경계가 사라졌다. 여름과 겨울까지 연중 발효유 수요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컸다. 집에서 건강 음료로 간편하게 마시거나 식사 대용식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커지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발효유 시장은 ‘아이디어 전쟁터’가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 건강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증식에 도움을 주는 프리바이오틱스 등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눈 건강, 위 건강 등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첨가한 신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풀무원다논은 장과 위 건강을 돕는 ‘위솔루션’에 이어 루테인을 첨가한 ‘더눈 솔루션’을 내놨다. 루테인, 비타민A, 비타민C 등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제품이다.

푸르밀은 CJ제일제당이 만든 독자 생산 특허 유산균 ‘CJLP243’을 넣은 ‘프로바이오’를 전략 상품으로 내놨다. 체내 생존력을 높여 장까지 더 많은 유산균이 도달하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푸르밀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례적으로 다른 기업과 손잡고 기능성 제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떠먹는 요거트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많이 찾는다. 이에 따라 대용량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 일동후디스의 그릭요거트 ‘후디스 그릭’(사진)은 지난해 450g 대용량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10% 증가했다. 일동후디스 측은 “장기화된 집콕 생활로 인해 대용량 제품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무설탕 저지방 제품 판매율도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장수 제품의 ‘무한 변신’

발효유 장수 제품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빙그레 닥터캡슐과 요플레, 파스퇴르 쾌변, 동원F&B 덴마크 드링킹요구르트, 매일 바이오 등이다.

빙그레 닥터캡슐은 지난해 20여 년 만에 밀크씨슬 추출물과 헛개 추출물을 첨가해 업그레이드했다. ‘닥터캡슐 1000’과 ‘간편한 닥터캡슐’ 등을 출시해 닥터캡슐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기능성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닥터캡슐 브랜드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소비층을 세분화한 제품도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2030 여성을 겨냥해 장수 제품 불가리스에 피시 콜라겐, 치커리 식이섬유 등을 넣은 제품을 선보였다. 유아를 위한 발효유 ‘달지 않아 순한 유기농 베이비’ 등도 내놨다. 롯데푸드도 콜라겐을 넣은 파스퇴르 쾌변 요거트를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매일바이오드링킹 요거트에 매실과 건자두 등을 넣은 제품을 내놨다. 매일유업 측은 “올해도 새로운 기능성 발효유를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