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율 60% 넘긴 NB라텍스로
금호석유, 1년 이익 분기에 벌어
효성티앤씨도 스판덱스 이익 급증
트렌드는 친환경·바이오
스페셜티 잇단 '대박' 행진에
규모의 경제 집중한 롯데케미칼
재생 플라스틱 등 사업 확장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NB라텍스의 t당 가격은 더 올라 지난달 1822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5% 넘게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론 92.6% 급등했다. 금호석유화학은 4분기 3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2019년 한 해 벌어들인 이익(3677억원) 규모와 비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NB라텍스의 호황은 당분간 더 갈 것 같다”고 했다.
NB라텍스·스판덱스, 부르는 게 값
‘스페셜티 제품’에 특화된 국내 화학회사의 이익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스페셜티는 특정 영역에 한정적으로 쓰이는 기능이 들어간 화학제품을 뜻한다. 생활 속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초화학 제품과 구분된다. NB라텍스가 대표적인 스페셜티 제품이다.17일 업계에 따르면 NB라텍스 가격은 올 들어서도 계속 오르고 있다. 중국 수출 물량은 t당 2300달러에 이른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마진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국내 한 증권사가 추산한 지난달 금호석유화학의 t당 NB라텍스 마진은 1256달러다. 마진율이 60%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화학제품 마진율은 10%만 넘어도 좋은 편”이라며 “50%를 넘긴 제품은 처음 본다”고 했다.
요가복, 레깅스 등에 들어가는 스판덱스도 비슷하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스판덱스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 내 스판덱스 공장의 재고가 최근 10일치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 6월만 해도 60일 안팎에 달했다. 적정재고량 30일치를 크게 밑돈다. 공장에 재고를 쌓아둘 새도 없이 곧바로 팔린다는 의미다.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판덱스 3위 산둥루이가 지난달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자 사재기 현상도 일부 보인다”고 전했다.
세계 스판덱스 1위 효성티앤씨의 이익도 급격히 늘고 있다. 작년 3분기 6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 회사는 4분기 9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분기당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롯데정밀화학은 ‘셀룰로스’ 부문 실적이 좋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15%가량 증가한 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특히 셀룰로스 부문 실적이 좋다. 펄프를 원료로 하는 셀룰로스는 천연성분이어서 ‘식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알약의 얇은 껍데기와 글루텐, 면류 등 식감 용도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셀룰로스 생산 업체의 이익률은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도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등 스페셜티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2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이 회사는 스페셜티 부문에 힘입어 하반기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연간 기준 흑자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 스페셜티에 대대적 투자
스페셜티는 과거 대형 화학사가 ‘눈길’을 잘 주지 않던 분야였다. 시장이 작고 제품 확장 가능성도 크지 않아 대기업이 할 사업은 아니라고 봤다. 공장을 늘려 범용제품 생산능력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 싸움에 주력했다.하지만 요즘은 스페셜티 부문에서 속속 ‘대박’ 사례가 나오자 여기에 미래를 걸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스페셜티를 전략적 육성 분야로 설정했다.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폴리스틸렌(EPS)을 대체하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을 개발하고 보급에 나섰다. 이 제품은 스티로폼과 달리 잘 부서지지 않아 미세 플라스틱 발생이 없다. 정부는 해양 쓰레기의 ‘주범’인 스티로폼 부표를 EPP 등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항균 플라스틱 소재도 개발했다. 가격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비싸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분야다. 화장품과 식품 용기로 쓸 수 있는 재생 폴리프로필렌(PCR-PP)도 스페셜티 제품이다. 이 제품은 버려진 페트병 등 재생 소재를 30~50%가량 섞어 만들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