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이사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노동이사제(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때마다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일관된 입장이다.

1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 의결권 행사내역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2일 열린 MS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를 요구한 노스스타자산운용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12명의 MS 이사진에 비관리자급 직원을 추가하라는 것이 주주제안의 골자였다.

노스스타자산운용의 MS에 대한 노동이사제 요구는 2019년 말 주총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뒤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직원 대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운영의 우수성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 같은 주주제안에 대해 2년 연속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제안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주주제안에 따라 이사회 체계가 변경될 경우 주주가치 감소가 우려된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이 안건은 2년 연속 6% 이하의 찬성만을 얻으며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5월과 6월 페이스북과 알파벳 주총에서 제기된 인권전문가 이사 선임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9년 알파벳 주총에서 제기된 노동이사제 도입 안건에 대해서도 “회사는 이미 근로자의 입장을 이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갖추고 있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노동이사제 도입 차원에서 제안한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KB금융 노동이사제의 경우 한 번은 우리사주조합이 철회했으며 주총 안건으론 두 번 올라갔지만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