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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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9만1866건으로 전년 6만4390건에서 43%(2만7476건) 늘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증여는 1만2514건에서 2만3675건으로 89%(1만1161건) 급증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등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집값 상승의 기대가 남아 있어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한 결과였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아파트 증여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매사례가액 신고’가 원칙

증여할 때는 꼭 챙겨봐야 할 세무용어가 있다. 매매사례가액이다. 이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수천만원까지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지난해 2월 경기지역 신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한 A씨 사례를 보자. 아파트를 아들에게 넘겨주며 A씨는 이 아파트 증여가액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전년도 기준시가로 간주하고 증여세를 계산했다. 아파트 규모와 거래 상황 등을 국세청이 평가해 정하는 기준시가는 주택을 매매하거나 상속·증여할 때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기준시가가 6억원이라는 것을 확인한 A씨는 아들에게 증여세로 8000만원을 납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달 관할 세무서는 A씨 아들에게 증여세로 6000만원을 더 내라고 통지했다.

증여가 이뤄진 2개월 이후인 지난해 4월에 이 아파트 단지의 동일 주택형이 9억원에 거래된 것이 계기가 됐다. 세무서는 이 거래가격을 토대로 증여가액을 신고액보다 3억원 높게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A씨는 “국세청이 산정한 기준시가에 맞춰 신고한 만큼 이 같은 결정이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준시가는 비슷한 주택의 매매 사례가 없어 시가를 판단하기 힘들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무서가 아파트의 실제 증여 가격으로 본 것이 매매사례가액이다. 증여일부터 6개월 이전, 3개월 이후까지 9개월간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의 아파트 중 증여일에 가장 가깝게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가를 말한다. 가깝게 거래된 매매 사례가 두 건 이상이면 이들 매매가의 평균이 기준이다. 한국의 아파트는 정형화된 상품인 만큼 매매사례가액이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가깝게 거래된 아파트가 아니라 다양한 조건을 놓고 가장 비슷한 집을 기준으로 해 매매거래가액을 낮출 여지가 있었다. 동일 단지에 같은 면적이라도 층수 및 조망, 리모델링 여부 등에 따른 가치 차이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9년 3월 관련 시행령 개정으로 이 같은 조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매매일자만 매매사례가액 지정의 근거가 됐다. 동일한 잣대만 남으면서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논란의 소지를 줄일 수 있게 됐지만 납세자로서는 매매사례가액을 낮춰 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여볼 여지가 사라졌다.

감정평가 받으면 절세 여지 있어

최근처럼 아파트값이 1년 사이에도 2억~3억원씩 급등하는 시점에는 A씨처럼 뜻하지 않은 상속·증여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증여일에 가까운 시점에 예외적으로 높은 가격에 팔린 집이 있으면 그에 맞춰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언제든 예상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리스크라고 부를 만하다.

서울 대치동 아파트의 지분 일부를 아내에게 증여한 B씨가 단적인 예다. 최근 6개월간 이 아파트가 35억원 안팎에 거래된 것을 확인한 B씨는 부부간 증여세 공제가 주어지는 6억원 내에서 아파트 지분 17%를 아내에게 증여했다. 하지만 몇 개월 뒤 관할 세무서는 B씨 아내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증여 신고일 1주일 뒤 39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증여한 지분 가치가 6억6300만원에 이르면서 B씨 아내는 6300만원에 대한 증여세를 내야 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첫째는 증여세 신고를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다. 증여세 신고를 완료하면 증여일 이후 3개월간 더 높게 팔린 매매거래가액이 있더라도 증여세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증여일 당일에 증여세를 신고하면 증여일 이전 6개월간의 매매거래가액만 주택 증여 가치로 인정되는 것이다. 최근처럼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증여세를 줄일 좋은 방법이 된다.

둘째는 증여 시점에 아파트 가격의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다. 감정평가사가 정식으로 산정한 증여 아파트의 가치는 단지 내 다른 가구의 매매가보다 실제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정섭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감정평가액이 나온 이후 더 비싼 가격에 팔린 집이 있더라도 이 아파트의 증여세 부과 기준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과 같은 집값 급등기에는 미리 감정평가를 받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절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감정평가 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다르다. 5억원 이하 주택은 5000만원 초과액의 0.11%에 20만원을 더해 정해진다. 10억원 이하는 5억원 초과액의 0.09%에 69만5000원을 더한다. 50억원 이하는 10억원 초과액의 0.08%에 114만5000원을 더해 산정한다. 10억원 아파트의 감정평가 수수료는 114만5000원이다. 공시가격이 10억원 이상인 고가 주택이라면 감정평가업체 두 곳에서 평가를 받아 평균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