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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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은행에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 중 하나인데요. 세뱃돈과 가족 용돈용으로 빳빳한 신권을 찾는 소비자들이 일찍부터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신권 대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휴 전주면 은행 영업점마다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명절용 신권 교환을 위해 많은 고객이 영업점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권을 원한다고 모두 다 줄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얘기입니다. 은행마다 한국은행에서가져올 수 있는 화폐 양이 정해져 있고, 이마저 영업점별로 다르게 분배가 되기 때문인데요. 이때문에 영업점들은 명절이면 개인마다 가져갈 수 있는 신권의 수를 정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1인당 제한을 10~50매 정도로 정해놔야 특정 개인이 신권을 과도하게 많이 가져 가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순순히 이를 포기하지 않는 고객들도 많다고 합니다. 일부 은행원들은 '신권 빌런(악당)'이라는 표현을 쓰며 고객 응대가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제한된 화폐보다 더 달라고 무작정 요구하고 거친 말을 하거나, 용무를 본 뒤 다시 와서 신권을 또 요청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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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다른 은행 영업점을 돌면서 신권을 나눠서 받아 가는 고객에게는 감사함마저 느낄 정도라네요. 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신권을 갖고 싶은 고객 마음은 이해하지만 워낙 많이 몰리는데 물량은 제한돼 있으니 지점도 곤란할 때가 많다"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가장 부럽다고 직원들과 토로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신권 품귀 사태가 비단 은행원의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5만원권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신권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는데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25.6%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말만해도 환수율이 113.7%에 달했지만 이후 매년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건데요.

5만원권이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신권을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대신 1만원권 신권 수요가 늘면서 신권들의 몸값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연휴 즈음에는 물론 더 심각해지겠지요. 필요한 새 지폐를 찍어내려면 결국 또 국세를 쏟아 부어야 합니다. 지난해에도 5만원권을 새로 찍어내느라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했는데요.

이같이 상황이 반복되자 몇년 전 한국은행은 홍보용 포스터(사진)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세뱃돈, 깨끗한 돈이면 충분합니다"라는 내용인데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깨끗한 돈 보다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신권 사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