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4조8000억원을 투자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약 20대를 들여온다. 주력 제품인 D램 양산에 EUV 장비를 투입해 반도체의 성능과 공정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SK하이닉스, 4조8000억 들여 EUV 장비 20대 확보
SK하이닉스는 24일 “향후 5년간 4조7549억원을 투자해 EUV 노광장비를 매입하는 계약을 ASML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금은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지급한다. 정확한 주문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당 2000억원 안팎인 EUV 장비 가격, 설치비 등을 고려할 때 2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활용된다. 회로를 새기는 광원의 파장이 기존 장비와 비교해 14분의 1 수준으로 얇다. 그만큼 회로를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패터닝’ 공정이 줄어드는 것도 장점이다.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끌어올리고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UV 장비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대만 TSMC 등의 선폭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에 주로 활용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업계 최초로 D램(1세대 10㎚ 제품) 양산에 EUV 장비를 썼다. 올해엔 4세대 10㎚ D램을 EUV 라인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이달 1일 준공한 경기 이천 M16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4세대 10㎚ D램 양산에 EUV 장비를 활용한다.

주요 반도체 업체의 ‘EUV 장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SML이 1년에 제작할 수 있는 EUV 장비는 40대 안팎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TSMC는 작년 말까지 50여 대, 삼성전자는 10~20대 수준의 EUV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가 없으면 초미세공정 생산량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