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84명' 압도적 꼴찌…'인구 재앙' 현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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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인구 데드크로스
세계 초유의 저출산
세계 초유의 저출산
작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4명으로 추락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0명대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데, 작년엔 0.9명선까지 깨졌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도 시작됐다.
이런 속도면 총인구 감소 시점(2029년)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구구조가 늙어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평생 아이를 한명도 안 낳는 나라'는 이미 2018년(0.98명) 현실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돼 작년엔 0.9명선까지 뚫렸다.
한국의 저출산 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례 없이 빠르다. 유엔(UN) 인구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198개 국가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 197위인 푸에르토리코도 1.2명은 된다. 한국 출산율은 전세계 평균(2.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생아 수도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2000명으로 전년(30만3000명)보다 3만1000명 줄었다. 출생아 수는 2002~2016년 15년간 40만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35만8000명으로 떨어진 후 불과 3년만에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작년 사망자 수는 30만5000명이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3만3000명 많아 인구 자연 감소, 소위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역시 사상 처음이다. 인구 자연 감소는 작년 주민등록인구가 줄어 예고됐던 바다.
2029년으로 예상되는 총인구 감소 시점도 빨라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총인구는 국내 출생·사망에 더해 외국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총인구 통계는 주민등록인구와 달리 3개월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매년 5만명 이상의 국제순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순유입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고 해도 출생아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2020년대 중반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출생아 수를 가늠할 수 있는 결혼 건수가 크게 감소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0.7% 줄었다. 2019년보다 감소율(7.2%)이 더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 연기·취소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핵심생산가능인구인 25~49세 인구 비중은 작년 36.9%로 예상된다. 1990년 일본(36.3%)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25~49세 인구가 2030년엔 3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데, 지금 추세면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65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도 당초 예상 2025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삼성전자·LG·현대차 등 기업의 고군분투로 경제 혁신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력 고령화가 심해지면 혁신성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총인구 감소까지 현실이 되면 소비 위축, 디플레이션 가시화 등 부작용도 커지게 된다.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리스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고령화 해결에만 305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나빠지는 것은 복지 강화 위주의 단기적 해결책에만 매몰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2018년 신설한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주는 사업인데 "10만원 준다고 아이를 낳겠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주거난, 인구·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 등 문제가 다각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며 "경제·사회 구조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 확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처럼 해외의 젊은 인력을 적극 유입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단순노무 인력이 아닌 고숙련 우수 인재 위주로 이민을 유도해 경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이런 속도면 총인구 감소 시점(2029년)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구구조가 늙어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출산율, 전세계 '압도적 꼴찌'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작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0.92명)보다 0.08명 하락했다.1970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평생 아이를 한명도 안 낳는 나라'는 이미 2018년(0.98명) 현실이 됐다. 그런데 여기서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돼 작년엔 0.9명선까지 뚫렸다.
한국의 저출산 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례 없이 빠르다. 유엔(UN) 인구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나라는 198개 국가 중에 한국이 유일하다. 197위인 푸에르토리코도 1.2명은 된다. 한국 출산율은 전세계 평균(2.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생아 수도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7만2000명으로 전년(30만3000명)보다 3만1000명 줄었다. 출생아 수는 2002~2016년 15년간 40만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35만8000명으로 떨어진 후 불과 3년만에 20만명대로 추락했다.
작년 사망자 수는 30만5000명이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3만3000명 많아 인구 자연 감소, 소위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역시 사상 처음이다. 인구 자연 감소는 작년 주민등록인구가 줄어 예고됐던 바다.
총인구 감소 2029년보다 빨라질수도
문제는 저출산이 심각해지는 속도가 통계청 전망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19년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서 작년 출생아 수를 29만2000명으로 내다봤다. 실제는 이보다 2만명 적었다. 연간 출생아 감소율이 2017년 11.9% → 2018년 8.7% → 2019년 7.4%로 둔화하다가 작년 10.0%로 다시 커진 탓이다. 작년 합계출산율도 통계청은 0.90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0.82명에 그쳤다.2029년으로 예상되는 총인구 감소 시점도 빨라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총인구는 국내 출생·사망에 더해 외국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총인구 통계는 주민등록인구와 달리 3개월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매년 5만명 이상의 국제순유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순유입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고 해도 출생아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2020년대 중반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향후 출생아 수를 가늠할 수 있는 결혼 건수가 크게 감소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2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0.7% 줄었다. 2019년보다 감소율(7.2%)이 더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 연기·취소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복지 퍼주기만으론 저출산 해결 못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지적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 현장의 인력 구조가 고령화돼 경제의 역동성·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 소위 '잃어버린 20년'도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경제 활력 저하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이자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회장인 제임스 량 회장은 그의 저서 '혁신을 이끄는 인구 혁명'에서 "일본이 장기 불황에 빠진 핵심 이유는 고령화"라며 "노동력이 고령화돼 기업가정신이 약해지고 창업이 줄어 과거 워크맨,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혁신을 내놓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핵심생산가능인구인 25~49세 인구 비중은 작년 36.9%로 예상된다. 1990년 일본(36.3%)과 비슷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25~49세 인구가 2030년엔 3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데, 지금 추세면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65세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도 당초 예상 2025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삼성전자·LG·현대차 등 기업의 고군분투로 경제 혁신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력 고령화가 심해지면 혁신성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총인구 감소까지 현실이 되면 소비 위축, 디플레이션 가시화 등 부작용도 커지게 된다.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리스크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고령화 해결에만 305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나빠지는 것은 복지 강화 위주의 단기적 해결책에만 매몰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2018년 신설한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주는 사업인데 "10만원 준다고 아이를 낳겠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주거난, 인구·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 등 문제가 다각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며 "경제·사회 구조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 확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처럼 해외의 젊은 인력을 적극 유입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단순노무 인력이 아닌 고숙련 우수 인재 위주로 이민을 유도해 경제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