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티에스, 독자 브랜드로 세계 도전
국내 봉제산업의 메카였던 1970년대 서울 구로공단. 충북 청원에서 함께 상경한 고모 셋과 부대끼는 단칸방살이가 시작됐다.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고모들의 뒷바라지로 어렵사리 초·중·고를 마친 뒤 입학한 곳은 연세대 의생활학과. 신금식 신티에스 대표(사진)가 일생을 봉제산업에 몸담게 된 계기다.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신티에스는 국내 토종 자전거 의류 브랜드 NSR을 만드는 아웃도어 및 스포츠 의류 전문회사다. NSR은 수입품 일색인 자전거 의류 시장에서 유일한 국내 브랜드다. 재킷, 저지, 타이츠 등 수십여 종의 자전거 의류를 생산한다. 신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자전거 타기가 야외 스포츠로 각광받으면서 매출이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신티에스는 원래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연간 1000억원 안팎의 매출 중 90% 이상을 OEM을 통한 수출 물량이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마무트, 이탈리아 다이나핏, 다이네즈, 미국 심스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 납품한다.

신티에스의 경쟁력은 엄격한 품질과 안전관리다. 신 대표가 NSR을 출시한 것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신 대표는 “신소재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며 “최고 품질의 옷으로 남의 브랜드가 아니라 나만의 독자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가 신티에스를 창업한 건 2004년. 창업자금이 부족해 달랑 컴퓨터 한 대와 4000원짜리 중고 전화기를 놓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니던 직장(기도산업)에서 사업부 본부장으로 일하며 쌓은 해외 네트워크가 그에겐 ‘동아줄’이나 다름없었다. 창업 2주 만에 연락이 닿은 스페인의 한 거래처로부터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납품 주문을 받으며 거래의 물꼬를 텄다. 이 거래처는 신 대표를 믿고 사업 자금까지 투자했다. 주로 중국 등에 OEM 생산을 맡겼던 신 대표는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자 직접 공장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베트남에서 좋은 조건에 나온 공장을 매입해 2006년부터 독자 생산에 나섰다.

현지 여공들 얼굴에서 함께 살던 고모들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부터다. 신 대표는 당시 하노이 일대 공장들 중 처음으로 탁아소를 설치해 직원들의 육아를 도왔다. 식단 품질도 근방에선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신 대표는 “돌이켜보니 봉제산업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에게 밥을 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일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환경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고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