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대출 금리가 높아졌다고 체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죄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없애 실질 금리를 높이고, 한도는 축소하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대출의 기초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대출금리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 대출금리 '꿈틀'…주담대도 뛰나 '촉각'

반년 만에 신용대출 금리 0.6%포인트↑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25일 개인 신용대출 금리(신용등급 1등급·1년 기준)는 연 2.59∼3.65% 수준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춘 한국은행의 ‘빅컷’ 이후 시중은행에선 일부 고신용·고소득자들이 연 1%대로 신용대출을 받아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신용대출 금리를 지난해 7월 말의 연 1.99∼3.51%와 비교하면 하단이 0.6%포인트 높아졌고, 상단은 0.14%포인트 오른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으면 사전에 약속한 3개월, 6개월 단위로 금리가 조정된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받은 지 6개월 만에 금리가 조정받았다면 최소 0.3%포인트에서 0.6%포인트까지 금리가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변곡점에 진입했다. 4대 은행의 25일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34∼3.95%로, 작년 7월 말(2.25∼3.95%)보다 최저 금리가 0.09%포인트 올랐다. 변동형 주담대도 신용대출과 마찬가지로 약속한 시점에 순차적으로 금리를 조정받는다. 다만 ‘잔액기준 코픽스’를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았다면 금리 인상은 더딜 가능성이 있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은행들이 저비용으로 조달한 영향이 신규 취급액 코픽스에 비해 더 늦게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빚투’ 잦아드나…마통 가수요는 여전

이자부담이 커지자 은행 신용대출의 잔액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1747억원으로, 지난 1월 말(135조2390억원)보다 643억원 감소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증시 랠리’ 여파 등으로 은행 신용대출이 1조5791억원 증가했지만 2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은 은행권이 대출한도와 우대금리를 줄인 게 주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지난해 연 8%까지 치솟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앞으로 2~3년 안에 연 4~5%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은행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3000포인트 전후의 횡보장세를 지속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26조4778억원에서 지난달 19조681억원으로 7조3097억원(27.9%) 감소했다.

그러나 빚투가 아직 완전히 꺼진 건 아니고, 가계대출도 언제든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형은행에선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지수의 변동이나 주요 공모주 청약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이 하루에도 수천억원씩 늘어나기도 했었다.

금융위원회는 3월 중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부동산과 주식에 이어 암호화폐(비트코인)에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