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7조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이 불어나면서 법인세 역시 사상 최대인 2조8000억원 안팎을 납부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실적에 대해 국내 법인 중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법인세를 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작년 순이익 7조 '사상 최대' 법인세 2.8조…삼성전자 이어 2위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2020회계연도 당기순이익(법인세 납부 후 기준)으로 7조3658억원을 거뒀다. 2019년(5조3131억원)에 비해 38.6% 늘어난 규모로, 1950년 한은이 출범한 이후 최대다. 한은의 순이익은 2018년 3조2137억원에 머물렀지만 2019년 5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엔 7조원도 돌파했다.

한은의 수익(매출)은 대부분 외화자산 운용에서 나온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원화 자금을 토대로 달러와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을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확보한다. 이어 외환보유액으로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을 직접 사들이거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에 운용을 위탁해 운용수익을 거둔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4430억9812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한은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국내외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과거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사뒀던 해외 채권 등의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대규모 이익을 남겼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글로벌 증시도 오름세를 보여 해외 주식으로도 일부 이익을 봤다. 금리가 낮아져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 줄어든 것도 순이익 규모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한은은 “2020회계연도 결산을 마무리한 결과 약 2조8000억원의 법인세비용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은의 법인세비용은 2018년 1조815억원에 머물렀지만 2019년 2조441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법인세비용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것으로 세무회계를 거쳐 계산되는 실제 납부 법인세와 다소 차이가 나지만 대략적인 법인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회계계정과목이다.

세정당국 안팎에선 한은이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 규모가 국내 전체 법인 중 2위 수준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지난해 법인세비용 9조9372억원)보다는 적었지만 상장법인 중 이익 규모가 두 번째로 많았던 SK하이닉스는 멀찌감치 따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법인세비용이 1조4321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한은의 법인세비용은 2018년 SK하이닉스보다 적었지만 2019년부터 2년째 웃돌았다.

한은은 법인세를 빼고도 지난해 결산 후 5조1500억원을 올해 추가로 국고에 귀속시켰다. 한은법에 따라 한은은 당기순이익의 약 31~32%만 내부에 적립할 수 있고 나머지 70%에 육박하는 돈은 정부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세까지 포함하면 정부는 지난해 결산 후 총 8조원을 한은으로부터 받게 된 셈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