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보다 낫다"…美도 인정한 쿠팡의 '비밀 병기'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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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보다 더 좋은 지리적 조건
지역은 좁지만 인구밀도 높아…빠르게 성장할 것"
지역은 좁지만 인구밀도 높아…빠르게 성장할 것"
“아마존보다 성장 잠재력 높다”. 미국의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Barron’s)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주식을 평가하면서 한 말이다. 나스닥에서 거래되고 있는 아마존의 시가총액(12일 종가 기준)은 1조5557억달러(약 1768조원)에 달한다. 쿠팡의 시가총액이 831억달러(약 94조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 주식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배런스가 쿠팡의 미래와 관련해 후한 점수를 주긴 했지만, 아마존과 쿠팡을 동일 비교선상에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해 업력이 벌써 30년 가까이 돼가고 있다. 시총은 둘째 치고, 아마존의 사업 영역은 쿠팡에 비해 훨씬 원대하고, 넓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1위인 AWS만 해도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2019년 투자리서치 회사 코엔 자료)에 달한다. 쿠팡조차 클라우드 서비스는 AWS에 돈을 내고 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을 이끄는 선도 업체다. 제프 베이조스의 꿈은 사람의 음성만으로 모든 소비 및 지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굳이 거실에 아마존 스피커인 ‘알렉사’를 두지 않아도, 온갖 가전과 심지어 자동차에도 아마존의 음성 인식 기술이 탑재될 날이 머지 않았다.
아마존은 전세계 3억명 이상의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모으며, 2018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비로 288억달러를 투입했을 정도로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기업이다. 프라임 회원을 위한 아마존의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 등을 위협할 정도며, 아마존은 금융, 헬스케어 등 쿠팡이 한국 특유의 규제 여건으로 인해 엄두도 못 내는 영역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 중이다. 그럼에도 배런스의 평가가 ‘합리성’을 갖는 데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배런스는 “쿠팡에 걸어라, 아마존보다 낫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쿠팡은 아마존보다 더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지역은 좁은데 인구가 조밀하다. 한국은 면적이 미국의 인디아나주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10배에 달한다. 이 같은 인구밀도는 쿠팡의 빠른 성장을 도울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상장 직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쉽고 빠르게 제품을 구매하고 환불할 수 있는 서비스에 기뻐하는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높은 도시화와 인구밀도 등의 한국 환경을 특히 현대화가 빠른 아시아 지역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단숨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갖게 됐고, 앞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적 특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다른 글로벌 e커머스 회사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쿠팡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이해하려면 쿠팡 경영진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쿠팡의 핵심은 아마존과는 다른 우리만의 물류 IT를 갖게 된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은 쿠팡의 ‘비밀 병기’로 ‘밀집 도시형 물류’를 꼽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 2014년 새벽배송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물류는 ‘대행’이라는 개념으로 통했다. 이른바 3자 물류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계열 물류회사를 설립해 수출입 물류를 맡겼다.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계열의 물류를 도맡아하고, CJ그룹은 CJ대한통운이 전담하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이 주요 소비 채널로 부상하면서 기존 물류회사들은 또 하나의 기회를 맞게 된다.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배송 수요를 CJ대한통운, 한진, 로젠택배 등 기존 물류사에 맡기기 시작했다. 택배 시장 규모가 연간 7조원대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다.
쿠팡이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한국 물류 대행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쿠팡은 물류를 대행이 아닌 직접 운영 체제로 바꿨다. 제3자에게 물류를 맡기는 관행은 쿠팡에 엄청난 기회가 됐다. 게다가 “한국에는 UPS와 같은 거대 물류 회사도 없다”(김범석 의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는 점도 쿠팡에 유리했다. 아마존만 해도 내부 배송망을 확충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UPS 등 글로벌 특송업체에 상당 부분을 맡기고 했다.
쿠팡은 2012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2014년 당일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을 실시하면서 물류 인프라에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약 4조원을 웃도는 누적 적자 대부분이 물류와 관련한 연구·개발과 물류센터를 짓는데 투자됐다. 온라인 주문 즉시 배송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물류시설인 풀필먼트센터가 핵심이다. 쿠팡이 정확한 숫자를 밝히고 있지만 않지만 쿠팡 물류시설은 약 170개에 달한다. 쿠팡측은 “전국 70%의 가구가 쿠팡의 물류시설과 10㎞ 이내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약 5조원을 조달하게 될 쿠팡은 최소 1조원 가량을 서울·수도권 이외에 풀필먼트센터(7곳)를 짓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의 ‘물류 능력’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 두드러진다. 쿠팡의 물류 시설을 연면적으로 합하면 230만㎡에 달한다. 추가 투자 계획을 제외한 수치다. 쿠팡이 임직원들에게 올 5월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연간 온라인 배송 처리 능력은 하루 약 330만건에 달한다.
신세계 계열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용인과 김포에 3개의 풀필먼트센터를 운영 중인데 연 면적 7만9000㎡ 규모다. 신세계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2025년까지 하루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처리 물량을 최대 36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 역시 온라인 주문 즉시 배송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풀필먼트센터를 곤지암 1곳에서 운영 중이다. 연면적 11만5500㎡에 하루 170만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을 국내 1위 물류회사(해외 운송은 제외)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쿠팡 물류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 측면 뿐만 아니라 물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쿠팡은 물류 부문에서 '아마존 웨이'를 추종하지 않은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 약 175개(2018년 말)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2년에 키바 로봇들을 들여온 이후 약 20만대에 달하는 로봇들이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일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로봇, 더 나아가 드론까지 활용해 물류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것은 운영비를 절감하고, 재고 수용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도 자동화 물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용자가 약 3억1000만 명으로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소매업체로 불리는 징둥닷컴은 휴대전화나 세탁비누처럼 제품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제품 패키지를 꺼내는데 로봇을 사용하는 창고를 2017년에 개장했다.
영국에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오카도가 자동화 물류를 구현하고 있다. 2018년에 축구장 몇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엔도버 창고를 개장했는데 창고 내부는 거대한 체스판과 같은 격자 모양의 금속 레일 위를 1000대가 넘는 로봇들이 시속 14㎞의 속도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식료품을 담은 바구니들을 이리저리 옮긴다. 오카도는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형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글로벌 소매업체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8년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가 오카도와 풀필먼트센터를 짓기로 계약을 맺었다.
쿠팡도 초기엔 아마존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처럼 도시 인구밀도가 높고, 도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에선 '아마존 웨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로봇을 배치하려면 적어도 10만평 부지의 땅 위에 물류 시설을 지어야 한다. 한국에서 이 같은 땅을 여럿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화는 곧 고용 축소라는 점도 쿠팡 경영진에겐 난관이었다. 게다가 로봇을 통한 자동화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했다. 규격화된 제품들을 분류하고 나르는데에는 로봇이 유용했지만, 물건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 바구니 안에서 프로그래밍 돼 있지 않은 물건들을 로봇이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쿠팡만의 물류 소프트웨어는 이런 한계 속에서 탄생했다. 일감이 많아질수록 고용을 창출하면서도, 근로자들이 움직이는 동선이나 물건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방식 등을 데이터화함으로써 최대한 자동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이 ‘전국 10㎞ 이내’라는 물류 야심을 완료한다면, 국내 물류 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쿠팡을 통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판매상들이 제품 배송을 쿠팡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 3자 물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놨다.
CJ대한통운 등 기존 택배사들이 '과로사' 문제 등으로 자동 분류 시설을 확충하는 등 경영난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공세로 인해 물류업계의 재편마저 예상된다. 롯데로지스틱스만 해도 자동화 분류시설 투자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택배단가 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합의로 분류 자동화를 하는 대신에 택배 단가를 인상하기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데 쿠팡으로 인해 다시 한번 출혈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배런스가 쿠팡의 미래와 관련해 후한 점수를 주긴 했지만, 아마존과 쿠팡을 동일 비교선상에 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해 업력이 벌써 30년 가까이 돼가고 있다. 시총은 둘째 치고, 아마존의 사업 영역은 쿠팡에 비해 훨씬 원대하고, 넓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1위인 AWS만 해도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2019년 투자리서치 회사 코엔 자료)에 달한다. 쿠팡조차 클라우드 서비스는 AWS에 돈을 내고 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사물인터넷 시장을 이끄는 선도 업체다. 제프 베이조스의 꿈은 사람의 음성만으로 모든 소비 및 지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굳이 거실에 아마존 스피커인 ‘알렉사’를 두지 않아도, 온갖 가전과 심지어 자동차에도 아마존의 음성 인식 기술이 탑재될 날이 머지 않았다.
아마존은 전세계 3억명 이상의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모으며, 2018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비로 288억달러를 투입했을 정도로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기업이다. 프라임 회원을 위한 아마존의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 등을 위협할 정도며, 아마존은 금융, 헬스케어 등 쿠팡이 한국 특유의 규제 여건으로 인해 엄두도 못 내는 영역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 중이다. 그럼에도 배런스의 평가가 ‘합리성’을 갖는 데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배런스는 “쿠팡에 걸어라, 아마존보다 낫다”고 평가하면서 이렇게 언급했다. “쿠팡은 아마존보다 더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지역은 좁은데 인구가 조밀하다. 한국은 면적이 미국의 인디아나주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10배에 달한다. 이 같은 인구밀도는 쿠팡의 빠른 성장을 도울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상장 직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쉽고 빠르게 제품을 구매하고 환불할 수 있는 서비스에 기뻐하는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높은 도시화와 인구밀도 등의 한국 환경을 특히 현대화가 빠른 아시아 지역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단숨에 10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가치를 갖게 됐고, 앞으로 더 클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적 특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다른 글로벌 e커머스 회사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쿠팡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이해하려면 쿠팡 경영진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쿠팡의 핵심은 아마존과는 다른 우리만의 물류 IT를 갖게 된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은 쿠팡의 ‘비밀 병기’로 ‘밀집 도시형 물류’를 꼽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이 2014년 새벽배송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물류는 ‘대행’이라는 개념으로 통했다. 이른바 3자 물류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계열 물류회사를 설립해 수출입 물류를 맡겼다.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계열의 물류를 도맡아하고, CJ그룹은 CJ대한통운이 전담하는 식이다. 온라인 쇼핑이 주요 소비 채널로 부상하면서 기존 물류회사들은 또 하나의 기회를 맞게 된다.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배송 수요를 CJ대한통운, 한진, 로젠택배 등 기존 물류사에 맡기기 시작했다. 택배 시장 규모가 연간 7조원대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이다.
쿠팡이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한국 물류 대행업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쿠팡은 물류를 대행이 아닌 직접 운영 체제로 바꿨다. 제3자에게 물류를 맡기는 관행은 쿠팡에 엄청난 기회가 됐다. 게다가 “한국에는 UPS와 같은 거대 물류 회사도 없다”(김범석 의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는 점도 쿠팡에 유리했다. 아마존만 해도 내부 배송망을 확충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UPS 등 글로벌 특송업체에 상당 부분을 맡기고 했다.
쿠팡은 2012년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2014년 당일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로켓배송'을 실시하면서 물류 인프라에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약 4조원을 웃도는 누적 적자 대부분이 물류와 관련한 연구·개발과 물류센터를 짓는데 투자됐다. 온라인 주문 즉시 배송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물류시설인 풀필먼트센터가 핵심이다. 쿠팡이 정확한 숫자를 밝히고 있지만 않지만 쿠팡 물류시설은 약 170개에 달한다. 쿠팡측은 “전국 70%의 가구가 쿠팡의 물류시설과 10㎞ 이내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약 5조원을 조달하게 될 쿠팡은 최소 1조원 가량을 서울·수도권 이외에 풀필먼트센터(7곳)를 짓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의 ‘물류 능력’은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 두드러진다. 쿠팡의 물류 시설을 연면적으로 합하면 230만㎡에 달한다. 추가 투자 계획을 제외한 수치다. 쿠팡이 임직원들에게 올 5월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연간 온라인 배송 처리 능력은 하루 약 330만건에 달한다.
신세계 계열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용인과 김포에 3개의 풀필먼트센터를 운영 중인데 연 면적 7만9000㎡ 규모다. 신세계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2025년까지 하루 온라인 주문 및 배송 처리 물량을 최대 36만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1위 택배사인 CJ대한통운 역시 온라인 주문 즉시 배송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는 풀필먼트센터를 곤지암 1곳에서 운영 중이다. 연면적 11만5500㎡에 하루 170만건의 택배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쿠팡을 국내 1위 물류회사(해외 운송은 제외)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쿠팡 물류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 측면 뿐만 아니라 물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쿠팡은 물류 부문에서 '아마존 웨이'를 추종하지 않은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 약 175개(2018년 말)의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2년에 키바 로봇들을 들여온 이후 약 20만대에 달하는 로봇들이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일을 하고 있다. 아마존이 로봇, 더 나아가 드론까지 활용해 물류 업무를 자동화하려는 것은 운영비를 절감하고, 재고 수용 공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도 자동화 물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용자가 약 3억1000만 명으로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라인 소매업체로 불리는 징둥닷컴은 휴대전화나 세탁비누처럼 제품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제품 패키지를 꺼내는데 로봇을 사용하는 창고를 2017년에 개장했다.
영국에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오카도가 자동화 물류를 구현하고 있다. 2018년에 축구장 몇 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엔도버 창고를 개장했는데 창고 내부는 거대한 체스판과 같은 격자 모양의 금속 레일 위를 1000대가 넘는 로봇들이 시속 14㎞의 속도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식료품을 담은 바구니들을 이리저리 옮긴다. 오카도는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형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글로벌 소매업체에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8년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가 오카도와 풀필먼트센터를 짓기로 계약을 맺었다.
쿠팡도 초기엔 아마존 물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처럼 도시 인구밀도가 높고, 도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곳에선 '아마존 웨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로봇을 배치하려면 적어도 10만평 부지의 땅 위에 물류 시설을 지어야 한다. 한국에서 이 같은 땅을 여럿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화는 곧 고용 축소라는 점도 쿠팡 경영진에겐 난관이었다. 게다가 로봇을 통한 자동화는 여전히 한계가 명확했다. 규격화된 제품들을 분류하고 나르는데에는 로봇이 유용했지만, 물건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 바구니 안에서 프로그래밍 돼 있지 않은 물건들을 로봇이 골라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쿠팡만의 물류 소프트웨어는 이런 한계 속에서 탄생했다. 일감이 많아질수록 고용을 창출하면서도, 근로자들이 움직이는 동선이나 물건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방식 등을 데이터화함으로써 최대한 자동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이 ‘전국 10㎞ 이내’라는 물류 야심을 완료한다면, 국내 물류 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쿠팡을 통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판매상들이 제품 배송을 쿠팡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 3자 물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놨다.
CJ대한통운 등 기존 택배사들이 '과로사' 문제 등으로 자동 분류 시설을 확충하는 등 경영난에 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공세로 인해 물류업계의 재편마저 예상된다. 롯데로지스틱스만 해도 자동화 분류시설 투자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최근 택배단가 인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합의로 분류 자동화를 하는 대신에 택배 단가를 인상하기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데 쿠팡으로 인해 다시 한번 출혈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