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1위' 반전 노리는 롯데…이베이코리아 인수도 적극 나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로나로 중고플랫폼 급성장…작년 시장규모만 20조
중고나라에 롯데의 유통·물류 역량 결합해 '시너지'
공격적 '辛사업' 드라이브…그룹 성장축을 '쇼핑'으로
중고나라에 롯데의 유통·물류 역량 결합해 '시너지'
공격적 '辛사업' 드라이브…그룹 성장축을 '쇼핑'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8층은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바로 옆이 경영혁신실이다. 작년 8월 “롯데의 미래를 설계하라”는 신 회장의 특명을 받고 신설된 조직이다.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략에 관한 한 전문가로 통하는 이훈기 경영전략실장의 책상 위엔 롯데가 고려 중인 신사업 목록이 즐비하다고 한다. 이 중 엄선된 것만 신 회장의 결재를 받아 즉각 실행에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선 롯데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 진출을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롯데의 ‘빅 픽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외에선 더 펄펄 날고 있다. 올해 상장 예정인 미국의 중고 플랫폼 넥스트도어는 50억달러(약 5조6430억원, 작년 10월 기준)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일본 중고 플랫폼인 메루카리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 8조8525억원에 달한다. 주당 1500엔이던 주가가 1년 만에 5420엔으로 뛰었다.
중고 플랫폼은 페이스북, 아마존, 쿠팡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공 방정식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사람 간 연결과 상거래를 밖으로 확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 거점을 기반으로 신뢰와 유대를 통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하이퍼 로컬’ 개념이다. 네이버 개발자 출신인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상점들의 광고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전략은 중고나라 인수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역량을 결합하면 단숨에 중고나라의 가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예컨대 안전한 중고거래를 위해 백화점, 마트, 편의점, 영화관, 놀이동산 등 롯데의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플랫폼에 많이 모이면 그 위에 얹을 사업은 무궁무진하다”며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올릴 수 있고 롯데 계열 제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유통 채널로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3일 신 회장이 주재한 사장단 회의를 계기로 기류가 ‘공격 앞으로’로 확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행했음에도 1위를 뺏긴 사례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지목했다. 지난달엔 롯데온을 맡아오던 조영제 사업부 대표를 경질했다. 롯데는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업계 최초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중고 플랫폼 진출 외에도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쿠팡의 진격에 자극받아 적이나 다름없는 네이버와 손을 잡은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나선 상황은 롯데 역시 잘 알고 있다”며 “롯데가 4월 말 또는 5월 초로 예정된 본입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롯데가 또 어떤 분야에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그룹 등 재계 상위 기업들이 마치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변신 중”이라며 “롯데가 유통 화학 식품 호텔&리조트 등 전통산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동휘/김채연/이지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 날개’
롯데가 중고나라를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중고 플랫폼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급성장 중이다. 2008년 4조원대에 불과하던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0조원으로 다섯 배 이상 성장했다.해외에선 더 펄펄 날고 있다. 올해 상장 예정인 미국의 중고 플랫폼 넥스트도어는 50억달러(약 5조6430억원, 작년 10월 기준)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일본 중고 플랫폼인 메루카리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 8조8525억원에 달한다. 주당 1500엔이던 주가가 1년 만에 5420엔으로 뛰었다.
중고 플랫폼은 페이스북, 아마존, 쿠팡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공 방정식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사람 간 연결과 상거래를 밖으로 확장하는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 거점을 기반으로 신뢰와 유대를 통해 비즈니스를 펼치는 ‘하이퍼 로컬’ 개념이다. 네이버 개발자 출신인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상점들의 광고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전략은 중고나라 인수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유통 및 물류 역량을 결합하면 단숨에 중고나라의 가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예컨대 안전한 중고거래를 위해 백화점, 마트, 편의점, 영화관, 놀이동산 등 롯데의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플랫폼에 많이 모이면 그 위에 얹을 사업은 무궁무진하다”며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올릴 수 있고 롯데 계열 제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유통 채널로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의 공격 DNA, 다음 행보는
올초만 해도 유통업계에선 롯데그룹이 화학 중심의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했다. 유통 부문을 책임지는 롯데쇼핑은 구조조정 등 내부 정비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지난 1월 13일 신 회장이 주재한 사장단 회의를 계기로 기류가 ‘공격 앞으로’로 확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행했음에도 1위를 뺏긴 사례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지목했다. 지난달엔 롯데온을 맡아오던 조영제 사업부 대표를 경질했다. 롯데는 1996년 롯데인터넷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업계 최초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중고 플랫폼 진출 외에도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쿠팡의 진격에 자극받아 적이나 다름없는 네이버와 손을 잡은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나선 상황은 롯데 역시 잘 알고 있다”며 “롯데가 4월 말 또는 5월 초로 예정된 본입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롯데가 또 어떤 분야에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그룹 등 재계 상위 기업들이 마치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변신 중”이라며 “롯데가 유통 화학 식품 호텔&리조트 등 전통산업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동휘/김채연/이지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