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인상, 물가 올리고 산업경쟁력 갉아먹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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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건비 부담 커지며 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국민소득은 되레 줄어들 수도
이자도 못 버는 '좀비기업' 솎아내 노동생산성 높여야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국민소득은 되레 줄어들 수도
이자도 못 버는 '좀비기업' 솎아내 노동생산성 높여야
“A전자 임금협상 축하해. 우리도 임금 ‘떡상’(급상승) 가자.”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연일 기업들의 임금 인상 얘기가 올라온다. 우리 회사도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임금이 뛸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고 국민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임·인터넷업체들이 개발자·데이터분석가를 경쟁적으로 뽑는 인재 쟁탈전이 이어진 결과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SNS를 통해 임금, 성과급 등의 회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번져가는 임금 인상 요구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돈을 푼 결과다. 여기에 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향후 물가 상승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은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채 물가만 띄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이 계속 오르면 동종·유사업종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며 “임금 인상 기준이나 성과 등 근거도 빈약한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올리면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9년 65.5%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8년 63.5%와 비교하면 2%포인트 뛰었다. 기업 이윤 등을 의미하는 영업잉여가 2019년 6.9% 감소한 반면 근로자 임금(피용자 보수)은 3.4%나 올랐기 때문이다.
좀비기업 퇴출로 업계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오름세를 보이는 임금과의 틈을 좁혀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의 ‘2021년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175개) 가운데 40.7%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6년 30.9%, 2017년 32.3%, 2018년 35.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불어나는 좀비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노동생산성을 훼손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의 4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좀비기업이 더 늘지 않으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이 평균 1.01%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연일 기업들의 임금 인상 얘기가 올라온다. 우리 회사도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임금이 뛸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고 국민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 압박 커져
한국은행은 올해 1~3월 임금수준전망지수를 모두 112로 집계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116) 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앞으로 임금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 임금 인상 바람은 게임업계에서 시작됐다. 웹젠(2000만원) 엔씨소프트(개발직군 기준 1300만원) 넥슨(800만원) 넷마블(800만원) 베스파(1200만원) 등 게임업체들이 올해 임금을 800만~2000만원가량 일괄 인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연봉을 각각 7.5%, 9.0% 올리기로 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임금 인상에 직장인들이 술렁이고 있다.게임·인터넷업체들이 개발자·데이터분석가를 경쟁적으로 뽑는 인재 쟁탈전이 이어진 결과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SNS를 통해 임금, 성과급 등의 회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번져가는 임금 인상 요구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돈을 푼 결과다. 여기에 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향후 물가 상승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은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채 물가만 띄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이 계속 오르면 동종·유사업종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며 “임금 인상 기준이나 성과 등 근거도 빈약한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올리면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9년 65.5%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8년 63.5%와 비교하면 2%포인트 뛰었다. 기업 이윤 등을 의미하는 영업잉여가 2019년 6.9% 감소한 반면 근로자 임금(피용자 보수)은 3.4%나 올랐기 때문이다.
일자리·소득 줄어들 수도
생산성 향상 없이 업계 전반으로 임금 인상 요구가 이어지면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발생한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2019년 10.9% 올렸다. 그 여파로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대폭 줄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기업과 자영업 일자리가 24만 개 감소했다.좀비기업 퇴출로 업계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오름세를 보이는 임금과의 틈을 좁혀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의 ‘2021년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175개) 가운데 40.7%로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6년 30.9%, 2017년 32.3%, 2018년 35.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불어나는 좀비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노동생산성을 훼손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의 4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좀비기업이 더 늘지 않으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이 평균 1.01%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