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본사 둔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
중국계 사모펀드가 인수 예정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가 모체
2004년 팔린 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하이닉스 LCD사업부(하이디스) 전철 밟을까 우려
2002년 중국 BOE에 팔린 뒤 기술 다 빼앗겨
빈껍데기 된 뒤 2008년 대만에 재매각
매그나칩의 모체는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다. 자금난을 겪던 하이닉스반도체는 2004 해외 PEF에 비메모리사업부를 팔았다. 이 사업부가 매그나칩이 됐고 201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주력 제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DDI(디스플레이구동칩)다. OLED 패널이 들어가는 TV와 스마트폰의 핵심 반도체다. 매그나칩의 본사, 생산시설 등은 한국에 있다.
매그나칩, "중국계에 매각되도 한국에서 그대로 운영"
매그나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매그나칩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기존과 변함없이 현재의 역할을 그대로 지속할 계획"이라며 "서울, 청주에 각각 운영하고 있는 사무소와 연구소 및 구미의 생산시설 등도 동일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과 임직원 등을 포함한 매그나칩의 사업 또한 이번 매각 거래에 따른 영향없이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김영준 매그나칩 대표(CEO)는 “이번 거래는 주주, 고객, 임직원 모두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매그나칩의 제3차 성장 전략을 가속화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전문성을 지닌 와이즈로드는 매그나칩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종 반도체 매각 반대" 국민청원에 5000명 동의
매그나칩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한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자본 매각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기준 청원동의는 5000여명을 넘었다.청원인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국가적으로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매그나칩을 인수하게 되면 첨단 OLED DDI와 전력반도체 사업에서 빠른 시일 내에 기술력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이 글은 사라진 상태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100명을 넘으면 청와대가 검토를 위해 잠시 '비공개'로 돌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BOE에 매각 뒤 빈껍데기 된 하이디스 전철 밟을까
매그나칩이 중국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산업계에선 ‘하이디스’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의 LCD(액정표시장치)사업부가 분사된 기업이다. 2002년 자금난에 시달렸던 하이닉스반도체는 하이디스를 중국 BOE에 넘겼다.당시 3류 축에도 못 끼었던 BOE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하이디스를 탈탈 털었다. 기술 공유를 명분으로 전산망을 통합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부 빨아들였다. 이 결과 BOE는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했다. 이를 발판으로 BOE는 현재 세계 1위 LCD 업체가 됐다. 빈껍데기가 된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의 한 기업에 팔렸다.
매그나칩의 미래도 하이디스와 비슷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매그나칩의 주력 제품인 DDI는 TV·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작동시키는 핵심 반도체다. 매그나칩의 점유율은 세계 2~3위 수준으로 과거 삼성, LG에 DDI를 납품하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업체들은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OLED 시장을 잠식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헤드헌팅 사이트엔 ‘한국 기업의 OLED 관련 반도체·디스플레이 엔지니어를 구한다’는 중국 기업의 채용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노리는 건 매그나칩의 기술력과 노하우”라며 “매그나칩의 OLED DDI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에서 기업 간 자유로운 거래는 제한받지 않아야하지만 ‘국가 전략산업’에 속한 기업이 포함돼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매그나칩은 자사 사업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가 매각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술패권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 같은 경쟁국에 반도체 기업을 넘길 필요가 있겠냐”며 "‘하이디스의 악몽’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