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가 납품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 오포 등은 자체 AP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중저가 AP 시장에선 경쟁 업체인 대만 미디어텍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AMD와 함께 개발 중인 프리미엄 AP를 하반기 출시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美 AMD 손잡은 삼성…'스마트폰AP 반전' 노린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매출 기준)은 9.7%였다. 2019년 대비 점유율은 2.3%포인트 하락했고, 순위 역시 한 단계 떨어진 5위였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데이터 통신, 연산 등을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다. 시장에선 퀄컴, 미디어텍 등이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AP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글로벌 AP 시장에서 존재감이 뚜렷했던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하이실리콘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대만 미디어텍이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디어텍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1.7%에서 지난해 17.2%로 상승했다. 퀄컴 칩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은 크게 뒤지지 않는 5G(5세대) 스마트폰용 중저가칩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공략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미디어텍 AP를 채택한 샤오미 스마트폰은 6370만 대로 2019년 대비 223.3% 급증했다.

삼성전자 AP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자사 스마트폰 외에 중국 업체에 AP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 5위권 업체 비보에 5G폰용 AP ‘엑시노스 1080’ 등을 납품하는 계약도 따냈다. 하지만 세계 3위 업체 중국 샤오미, 4위 오포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 대만의 한 매체는 샤오미와 오포가 오히려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유니SOC와 손잡고 연말까지 자체 5G 칩을 개발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외부 판매 확대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미국 AMD와 협업해 개발 중인 신형 엑시노스 AP를 이르면 올 하반기 공개하고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AP의 약점으로 꼽혔던 그래픽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 설계에 강점이 있는 AMD와 2019년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AMD와 함께 개발 중인 삼성전자의 신형 AP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Z폴드3’(가칭) 등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