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돼도 부채 규모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의 재정 상황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연일 "한국의 나랏빚은 괜찮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령화 심각…부채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 짜야

14일 IMF에 따르면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태국 부국장보 및 한국 미션단장은 이날 한국의 부채 및 재정 지출에 관해 "노령화와 관련된 의료비 및 기타 부채는 향후 우려된다"며 "인구 고령화로 인한 추가 부채가 발생하더라도 나중에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 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나온 IMF의 재정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3.2%인 한국의 정부 부채는 2026년 69.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5년간 부채비율 증가폭은 선진국 35개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블룸버그는 "이는 유로와 일본의 부채 수준이 상당히 높지만 같은 5년간 부채가 감소하는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 여력을 사용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봤다. 바우어 단장은 "한국은 현재 코로나19 관련 지출로 인한 부채 증가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탄한 제조업 부문과 양질의 노동력을 포함한 한국의 강력한 펀더멘털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바우어 단장은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근로자를 위한 더 강력한 안전망, 훈련 및 유연성 강화 등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제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는 정책 조치도 있다고 말하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기재부, "재정건전성 양호"

IMF의 우려에도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최근 '재정상태가 좋다'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달 초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총 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연금충당 부채는 나랏빚이 아니다"라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GDP 대비 채무비율이 OECD 국가 대비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도 제시했다.

향후 5년간 나랏빚 증가속도가 선진국 중 1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확대는 불가피했다면서도 이제는 풀린 재정을 거둬들일 방법을 생각해야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IMF는 이날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아시아 경제가 작년 10월 전망치(6.9%)보다 늘어난 7.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발표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6% 였다.

IMF는 일본과 호주,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미국과 중국의 수요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누리는 점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IMF는 예상보다 빨리 미국 금리가 오르면 아시아 지역 자본 유출을 촉발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