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뗐을 뿐인데 매출 470% 뛰었다…편의점 PB생수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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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2명중 1명 "가격 최우선으로 고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상품 판매량 '껑충'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상품 판매량 '껑충'
#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직장인 박우람 씨(34)는 평소 마시던 생수 제주삼다수 대신 가격이 저렴한 마트 자체브랜드(PB) 무라벨 생수를 2묶음 구매했다. 박씨는 "생수병에 라벨이 없으니 브랜드를 바로 알아보기 어려워 그냥 저렴한 걸로 골랐다"고 말했다.유통업계가 '친환경'을 위해 선보인 무라벨 자체브랜드(PB) 생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라벨이 사라지며 생수 브랜드명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게 되자,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다. 기존 제조사 브랜드(NB) 생수 제품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대신 PB 생수 제품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을 방문한 대학생 이상은 씨(22·여)는 냉장고에서 라벨이 없는 편의점 PB 생수를 집어들었다. 이씨는 "라벨이 없으니 물이 더욱 맑고 깨끗해 보인다"며 "가격도 평소 마시던 생수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가 생수를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는 '가격'이다. 2019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생수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요소(복수응답 기준)는 가격(48.6%)이 가장 많았고 '주위 평판'(31.6%) '판촉 행사'(26.5%) '원산지'(22.8%) 순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가 선보인 무라벨 생수 PB 상품은 가격 측면에서 NB 상품에 비해 훨씬 경쟁력 있다. 일례로 NB 생수 제품인 제주삼다수·백산수·아이시스는 편의점가로 500mL 기준 950원이지만 CU의 PB 생수 '헤이루 (HEYROO)' 500mL 제품 가격은 600원이다. 2L 용량 역시 NB 제품이 모두 1700원인데 비해 PB 제품은 1200원으로 저렴하다.
실제 판매량도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PB 생수 헤이루 미네랄 워터 500mL 제품은 지난 2월 무라벨로 디자인을 바꾼 뒤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오른 것과 비교하면 무라벨 생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2월 말 GS25가 출시한 무라벨 PB 생수 역시 출시 시점 대비 한 달 뒤 매출이 472.1% 상승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PB 상품 판매량이 늘어나며 생수업계 점유율에도 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수 시장 누적 점유율은 제주삼다수(41.1%), 유통업체 PB 상품(18.6%), 아이시스(13.7%), 백산수(8.3%), 강원 평창수(4.2%) 순이었다.
유통업체 PB 상품이 인기를 끌고, 기존 생수업체 중에서도 무라벨 생수 제품 출시에 힘쓰고 있는 곳의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1월 플라스틱 라벨을 뗀 생수 '아이시스 에코'를 출시, 첫해 약 1010만 병을 판매했다. 롯데칠성은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6개들이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에코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까지 없애며 친환경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압도적 점유율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삼다수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만큼 무라벨 트렌드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제주삼다수는 올 상반기에야 무라벨 생수를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대형마트 등에서 무라벨 제품을 전면적으로 선보이는 게 아니라 가정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만 우선 판매할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는 브랜드 파워가 강해 자사 라벨을 붙이고 판매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다소 소극적으로 무라벨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무라벨 제품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