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전면파업 강행에…"이러다 회사 망할 수도" [도병욱의 지금 기업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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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XM3 유럽 수출물량 생산 앞두고 투쟁 수위 높여가
업계에선 "르노그룹이 XM3 다른 공장에 맡길 수 있어" 우려도
노조원 25%만 파업 참가…회사는 공장 가동 "노조원 중에서 파업 반대 목소리 크다"
![과거 파업으로 멈췄던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01.26124420.1.jpg)
르노삼성 노조는 21일 8시간의 근무시간 전체를 파업하는 전면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월 파업권을 확보한 뒤 지속적으로 간부파업, 부분파업 등을 했지만 전면파업을 한 건 2019년 말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이후에도 수시로 전면파업과 부분파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사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임단협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월 7만1687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낸 상황이라 기본급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 전면파업 강행에…"이러다 회사 망할 수도" [도병욱의 지금 기업에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01.26124384.1.jpg)
지난 14일 회사 측이 다시 2교대 형태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이번엔 노조가 거부했다. 노조는 영업사업소 폐쇄를 중단하라는 이유를 내걸었다. 그리고는 파업 수위를 높였고, 결국 이날 전면파업까지 다달았다. 전면파업은 노조가 가지고 있는 가장 센 수위의 카드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회사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XM3 유럽 물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르노 본사가 물량을 다른 공장에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XM3 유럽 물량은 본사에서 관심이 크다"며 "이 물량이 차질을 빚으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르노삼성에 경고했고, 유럽 내 다른 르노 공장들도 이 물량을 따내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XM3 유럽 물량이 다른 공장으로 넘어가면 르노삼성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가뜩이나 르노삼성 국내외 판매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및 해외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전년(17만7425대) 대비 34.5% 감소했다. 2017년(27만6808대)과 비교하면 절반을 밑돈다. 최근 들어서는 내수도 부진한 상태다.
올해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1~3월 판매량은 2만2068대로 전년 동기(2만8390대) 대비 22.3% 줄었다. 최근 월별 내수 판매량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에도 밀릴 때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쌍용자동차처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르노그룹이 한국 사업을 포기하는 최악의 경우도 거론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르노삼성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무조건 파업이 답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이날 전면파업 참가율은 25% 수준에 그쳤다. 회사 측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공장 라인을 가동시켰다. 공장 라인 가동 속도가 평소보다 늦어졌을 뿐, 정상 가동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2월 르노삼성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을 때도 찬성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당시 노조원 2180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57.1%인 1245명 만 찬성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