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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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편의점 업체 BGF리테일(점포 수 기준)은 지난 2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에 나섰다. 편의점 CU의 자체브랜드(PB) 생수인 ‘HEYROO 미네랄워터’의 페트병을 두르고 있는 비닐을 제거한 것. 생수의 양(500mL)과 가격(600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비닐 라벨만 없앴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제품 출시 직후인 3월 한 달간 팔려나간 생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4% 많았다. 전체 생수 제품군 매출 증가율(22.6%)의 네 배 가까운 수치다. BGF리테일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의 결과로 보고 있다. ‘가격과 품질이 엇비슷하다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비닐 라벨 없는 생수가 히트상품으로 발돋움했다는 설명이다.
라벨 없애니 매출 80%↑…CU 친환경 실험 통했다
송경화 BGF리테일 MD는 “HEYROO 미네랄워터는 편의점 CU에서만 파는 PB 상품으로 삼다수, 아이시스 등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며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구매가 몰린 것은 ‘무(無)라벨’ 효과로밖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생수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친환경 용기를 적용해 출시한 5개 제품에도 소비자가 몰렸다. 생분해성 용기를 적용한 ‘쫀득한 마카롱’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2.2% 증가했다. 이 기간 냉장 디저트 제품군 매출 증가율(12.3%)의 두 배에 육박한다.

같은 용기에 담은 훈제란(45.5%)과 불고기김밥(36.6%), 치즈에그샌드위치(42.6%)의 매출 증가율 역시 해당 제품군 평균 증가율을 각각 13.9%포인트, 11.4%포인트, 20.3%포인트 웃돌았다. 화학물질이 들어간 종이컵 대신 무형광 무방부 무표백 크라프트컵을 쓴 GET커피도 인기를 끌었다. 용기를 바꾼 뒤 매출이 27.4% 늘었다. 이 기간 커피 제품군 평균 매출 증가율은 15.3%였다.
편의점 CU를 찾은 한 고객이 친환경 케이스에 담긴 샌드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 CU를 찾은 한 고객이 친환경 케이스에 담긴 샌드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MZ세대 잡으려면

친환경 콘셉트를 적용한 뒤 매출이 떨어진 상품이 딱 하나 있었다. 일회용품이다. CU는 올초 소주컵, 종이컵, 접시 등 일회용품 8종에 미표백 펄프를 적용하고 환경을 위한 제품으로 광고했다. 하지만 오히려 매출이 2.8% 줄었다. 소재가 무엇이든 일회용품은 쓰지 않는다는 소비자가 많았던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는 “1만5000여 곳에 달하는 CU 편의점은 ESG 경영의 최전선”이라며 “가맹점주들이 민간 ESG 전도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비의 주축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다. BGF리테일이 미네랄워터, 쫀득한 마카롱 등 친환경 콘셉트를 적용한 6개 제품의 연령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10~30대는 늘고 40~60대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매출 비중은 5.9%에서 7.5%로 커졌고, 20대는 28.3%에서 31.3%로 변했다. 30대도 23.7%에서 24.3%로 점유율이 늘었다. 그러나 40대는 23.3%에서 20.7%, 50대는 13.6%에서 11.8%, 60대 이상은 5.2%에서 4.5%로 비중이 줄었다.

박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