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이 내부 은행원들을 디지털 인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한 교과목들이다. 지난 1년간 4대 은행이 디지털금융·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 석사 등 전문가 과정을 보낸 내부 직원이 총 1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수 개발인력이 빅테크로 몰리면서 채용이 어려워지자 직접 개발인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판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대학원 석사학위 과정이나 전문가과정을 통해 양성하는 디지털 전문인력은 158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2018년)을 시작으로 신한·하나은행(2020년)이 내부 디지털·데이터 교육과정을 잇달아 도입한 결과다. 우리은행은 올초부터 관련 과정을 도입했다. 은행들은 기초지식 수준의 레벨1, 코딩 실습 위주인 레벨2, 인공지능(AI)이나 경영전문대학원(MBA) 등 석사과정 위주의 레벨3로 디지털 연수시스템을 꾸렸다. 각 레벨을 이수해야 다음 레벨을 공부할 수 있는 단계식 교육과정이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수업마다 과제와 시험을 통과해야 수료할 수 있도록 교육강도가 높아졌다. KB에이스아카데미는 디지털 금융과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각각 1800명, 532명이 사내연수에 도전했다. 하지만 세 차례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레벨을 통과한 직원은 2년여동안 12명, 16명에 불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이들 중 20명은 성균관대 GSB AIMBA 과정을 진행 중이고, 나머지 인원은 카이스트 디지털금융MBA 과정을 밟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해외온라인 석사학위과정인 코세라에 진학할 수 있도록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교육과정에 참여한 인원만 1만3000명에 달한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디지털 스페셜리스트’(석사)에 참여한 직원은 53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한금융이 전 계열사에서 선발하는 고려대 금융공학 및 AI 석사 과정을 통해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매년 석사과정 경쟁률은 10대 1 수준"이라며 "전 계열사에서 30~34명의 인원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는 자격증 취득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베이직 과정과 외부기관에서 AI·데이터 분석 전공교육을 받는 AI·디지털 챔피언으로 교육 과정을 개편하기로 했다. AI챔피언 과정에는 파이썬과 텐서플로, 신용평가모형 개발 등의 교과목이 들어간다. 최종 관문인 디지털 마스터 과정은 챔피언 과정을 수료한 직원을 대상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총 80여개 과목으로 구성된 'DT유니버시티'를 지난해 6월 도입했다. 1만398명이 레벨1를 수강했는데, 레벨3까지 통과한 인원은 47명이다. 자격증 취득 전문 과정도 따로 꾸렸다. 데이터분석 준전문가(ADsP) 대비반에는 322명, SQLD 대비반에는 200명이 참여한 상태다.
우리은행도 올해부터 전 직원 대상의 디지털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디지털 인사이트(9600명), 디지털 예비인력 양성(800명), 디지털 전문인력(30명) 순으로 난이도가 높다. 디지털 전문인력으로 뽑힌 30명은 카이스트 디지털금융 전문가과정(20명 선발)과 금융-IT 융합 AI·DX과정(10명 선발)에서 4개월간 연수를 받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데려올 수 있는 인원이 예전보다 역량이 부족하거나, 전문성 갖춘 개발 인력은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내부 인력의 디지털·데이터 분야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관련 과정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이수 후 바로 퇴사하는 일이 없도록 의무근무기간을 정해 디지털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