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어컨, 확 바꿨더니…6년 만의 신제품 '반응 폭발'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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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센타워 산파 역할 한 채수현 LG전자 선임
LG전자서 상품기획 담당…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 통역사
이견 조율해가며 제품 기획부터 탄생까지 방향키 역할
휘센타워,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인기
LG전자서 상품기획 담당…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 통역사
이견 조율해가며 제품 기획부터 탄생까지 방향키 역할
휘센타워,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인기
에어컨 마케팅 담당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계절은 언제일까. 대다수는 여름이라고 예상하겠지만 실상은 겨울이다.
점차 에어컨 프로모션 시점이 여름에서 봄으로, 봄에서 겨울로 당겨지고 있어서다. 에어컨 수요 증가로 막상 더위가 시작되면 에어컨을 사려해도 대기 기간만 2~3주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늘었다.
LG전자도 6년 만에 디자인을 대폭 바꾼 ‘LG 휘센 타워’ 신제품을 올해 초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5166억원을 올렸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을 비롯한 생활가전의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채 선임은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직책이지만 전자업계 관계자는 "상품기획 담당자가 없으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하세월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기획이란 소비자의 수요를 찾아 신제품의 방향을 설정하고,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제품개발자들 간 이견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 기획한 상품의 모습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게 방향키를 잡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채 선임은 "에어컨이 주변 인테리어와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최근 트렌드를 정리했다. 소비자들은 LG전자를 비롯한 전자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믿기 때문에 성능에 대해선 비교적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전체 공간에 뭐든지 조화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집에서 쉴 때 에어컨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테리어 속에 묻혀 있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 '휘센 타워'는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디자인의 에어컨이다. 보통 에어컨은 바람이 나오는 토출구 때문에 디자인 상 제약이 컸다. 사각형안에 층층이 쌓은 가로 창살들로 바람 방향과 세기를 조정해야하다보니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었다.
휘센타워는 토출구를 측면에 배치했다. 정면에서 바람이 나오는 곳은 상단에 있는 원형 모양의 토출구 하나 뿐이다.
에어컨 앞 부분이 판넬 하나로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그간 다른 에어컨은 2~3개 판넬로 앞부분이 구성됐다. 채 선임은 "어떤 인테리어라도 녹아들 수 있게 디자인 상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채 선임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는 게 상품기획의 가장 근본적인 업무"라고 말했다.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를 빌려 밥자리와 술자리를 만들어 업무시간 형성됐던 험악한 분위기를 푼 것도 수십번이다.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는 것도 상품기획자의 일이다. 주요 맘카페에 올라오는 제품 후기를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반응을 얻은 기능은 확대하고, 불만사항은 개선하는 게 주요 업무다.
영업점에서 보이는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엔 에어컨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존엔 세탁기 냉장고는 여성이, 에어컨은 남성이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에어컨의 기능이 업체 간 차이가 줄어들고 집안 내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타워에어컨의 바람 종류는 5개다. 채 선임은 "최근엔 집안 전체는 시원하지만 직접 바람을 맞고 싶어하진 않아하는 게 소비자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채 선임은 앞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 '통역사'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로가 쓰는 전문용어들이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때가 많아서다. 그는 "토론과 소통이 많을 수록 소비자 요구에 맞는 좋은 제품이 탄생한다"며 "앞으로도 트렌드를 빨리 잡아내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점차 에어컨 프로모션 시점이 여름에서 봄으로, 봄에서 겨울로 당겨지고 있어서다. 에어컨 수요 증가로 막상 더위가 시작되면 에어컨을 사려해도 대기 기간만 2~3주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사두려는 사람이 늘었다.
LG전자도 6년 만에 디자인을 대폭 바꾼 ‘LG 휘센 타워’ 신제품을 올해 초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5166억원을 올렸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을 비롯한 생활가전의 실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신제품의 산파 '상품기획'
30일 '휘센 타워'의 산파 역할을 한 채수현 LG전자 선임을 만났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이 곳은 주 고객층인 여성 소비자들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찾는 LG전자 매장 가운데 하나다.채 선임은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직책이지만 전자업계 관계자는 "상품기획 담당자가 없으면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하세월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기획이란 소비자의 수요를 찾아 신제품의 방향을 설정하고,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제품개발자들 간 이견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 기획한 상품의 모습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게 방향키를 잡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채 선임은 "에어컨이 주변 인테리어와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최근 트렌드를 정리했다. 소비자들은 LG전자를 비롯한 전자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믿기 때문에 성능에 대해선 비교적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전체 공간에 뭐든지 조화가 돼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집에서 쉴 때 에어컨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인테리어 속에 묻혀 있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 '휘센 타워'는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디자인의 에어컨이다. 보통 에어컨은 바람이 나오는 토출구 때문에 디자인 상 제약이 컸다. 사각형안에 층층이 쌓은 가로 창살들로 바람 방향과 세기를 조정해야하다보니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오기 힘들었다.
휘센타워는 토출구를 측면에 배치했다. 정면에서 바람이 나오는 곳은 상단에 있는 원형 모양의 토출구 하나 뿐이다.
에어컨 앞 부분이 판넬 하나로 이뤄진 것도 특징이다. 그간 다른 에어컨은 2~3개 판넬로 앞부분이 구성됐다. 채 선임은 "어떤 인테리어라도 녹아들 수 있게 디자인 상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동그라미 지름 때문에 몇달을 싸워
채 선임은 "동그란 모양의 토출구 지름 길이로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 험악한 대화가 몇달 간 이어졌다"고 전했다. 동그라미가 클 수록 바람의 세기 등 성능이 좋아지지만 애초 기획 때 추구하기로 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에선 멀어지기 때문이었다.채 선임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 사이의 이견을 조율하는 게 상품기획의 가장 근본적인 업무"라고 말했다. 임원들에게 법인카드를 빌려 밥자리와 술자리를 만들어 업무시간 형성됐던 험악한 분위기를 푼 것도 수십번이다.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는 것도 상품기획자의 일이다. 주요 맘카페에 올라오는 제품 후기를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반응을 얻은 기능은 확대하고, 불만사항은 개선하는 게 주요 업무다.
영업점에서 보이는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엔 에어컨에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기존엔 세탁기 냉장고는 여성이, 에어컨은 남성이 주도권을 가지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에어컨의 기능이 업체 간 차이가 줄어들고 집안 내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개발한 기술을 취사선택해야하는 고충도…
상품기획자는 개발자들이 어렵게 내놓은 기술을 취사선택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 타워에어컨 개발자들이 애초에 바람 세기와 방향 등의 기능을 조합해 만들어낸 바람 종류만 64개였다. 채 선임은 "바람 종류가 많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바람 기능을 추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현재 타워에어컨의 바람 종류는 5개다. 채 선임은 "최근엔 집안 전체는 시원하지만 직접 바람을 맞고 싶어하진 않아하는 게 소비자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채 선임은 앞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 '통역사'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로가 쓰는 전문용어들이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때가 많아서다. 그는 "토론과 소통이 많을 수록 소비자 요구에 맞는 좋은 제품이 탄생한다"며 "앞으로도 트렌드를 빨리 잡아내고 여기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