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1차아파트 주택가. 길가 벤치에서 만난 70대 A씨는 “부동산 세금 때문에 생활이 안 된다”며 최근 급격히 오른 주택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진 1976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다는 그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약 2200만원. 5년 전 700만원에 비해 세 배 넘게 오른 것이라고 했다. A씨는 “10여 년 전 은퇴했는데 어떻게 매년 수천만원을 낼 수 있겠느냐”며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 한 채밖에 없는 집에 세금만 때려맞으니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보유세 인상 정책을 펴오면서 은퇴한 노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입이 없는 1주택자라도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년층의 부동산 세금 부담을 마냥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종부세는 연령에 따라 △60~64세 20% △65~69세 30% △70세 이상 40%를 공제해준다. 주택 보유 기간에 따라서도 △5년 이상 보유자 20% △10년 이상 40% △15년 이상 50%를 공제해주고 있다.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 요건을 함께 충족하는 노인은 최대 80%까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제 혜택에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가파른 집값 상승, 공시가격 인상 정책에 따른 재산세 증가 등으로 은퇴자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점이 문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매년 1~2%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부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B씨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7년까지만 해도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올해엔 종부세를 합쳐 약 600만원의 보유세를 낼 전망이다. B씨는 “매달 10만원 정도 모아 재산세를 냈는데 내년에는 세금을 1000만원까지 내야 한다고 하니 자식에게 손을 벌려야 할 지경”이라며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 사이에선 ‘차라리 문짝 뜯어가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노경목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