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들은 최근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회의에서 ‘앱카드 상호 연동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규격’ 개발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각 카드사의 앱카드는 자사 카드 결제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신한카드의 앱카드인 신한페이판에 삼성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각사의 앱카드를 연동하자는 원칙적 차원에서의 합의만 이뤄진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로의 시스템을 연계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기술적 협의가 추가로 필요한데,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며 “다만 최대한 빨리 만들자는데 동의가 이뤄진 만큼, 이르면 올 연말에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작년 말부터 이런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 카드사마다 이해관계와 입장이 달라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가령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자사 앱카드 이용 회원을 대형 카드사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이번에 합의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자도생 상황을 이어갈 경우 카드업계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카드사들이 각자 고객만 갖고는 빅테크에 비해 플랫폼 경쟁력이 뒤쳐져,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업)와 종합지급결제업 등 개방형 금융 플랫폼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빅테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올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결제와 금융 서비스 부문이 호실적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1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도 전년 동기보다 56% 성장한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카드업계의 이번 합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네이버페이 등에선 다양한 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만큼, 별다른 파급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