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전언>, <생각나눔> 등 사내 글쓰기 프로그램 정례화
글쓰기 소통으로 기업 문화 일구는 티쿤글로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 메시지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시시각각 줄임말과 신조어가 재생산되고 있으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편리한 소통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 이상 긴 글을 쓰려고도, 읽으려고도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텍스트와 문장이 사라져가는 이때, 정통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CEO를 비롯하여 임직원, 평사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글쓰기로 소통하는 회사, 바로 해외직판을 지원하는 기업 티쿤글로벌(이하 티쿤, 대표 김종박)이다.

티쿤에 글쓰기 문화가 시작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지화 독립점이라는 독자모델을 개발하고 일본향 직판사업을 시작한 티쿤은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출발한 작은 회사였다. '세계의 국경을 넘는 온라인 무역혁명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지만 자본, 인력, 홍보 여건 등 모든 게 열악했던 상황. 작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김종박 CEO가 활용한 것이 직접 쓴 서신이다.

김 대표는 매주 A4 용지 4~5매 분량의 <CEO전언>을 통해 티쿤 구성원들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역할과 일주일, 한 달, 1년에 나아가야 할 지침을 제시했다. 2013년 원엔환율 폭락으로 회사 운영이 크게 어려워졌을 때, <CEO전언>이 전하는 지침에 따라 티쿤의 구성원들이 조직을 재정비하고 위기를 잘 극복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CEO전언>은 12년째 계속되어 470호에 이르렀다.

티쿤의 모든 구성원은 티쿤카페에 개설된 <CEO전언>, <리더전언>, <정보/생각나눔> 코너에 의무적으로 글을 올린다. 티쿤에 입사하려면 이러한 글쓰기 문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티쿤의 글쓰기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누구나 쓸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짜깁기하여 재구성하지 않는다', '쉬운 단어를 사용한다', '문장은 간결하게 쓴다', '주장을 명확히 한다' 등이다. 김종박 CEO와 이상민 부사장은 매일 아침 글 검토회의를 열어 임직원들이 쓴 글을 읽어보고,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직접 지도한다.

글쓰기의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임직원에게는 매주 시상을 하며, 이 평가는 인사고과와 연봉협상에도 반영된다. 티쿤 안에서 업무 중에 느꼈던 애로사항이나 개선점,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구체적 설명, 인수인계를 위한 업무 보고, 사업계획 발표, 해외직판의 정보를 잘 정리한 글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

경영전략실 임유진 사원은 “글쓰기를 통해 업무를 생각하면서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전에는 조금 기계적으로 일했다면, 지금은 내 글이 정보 전달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러 번 확인하고, 세심히 살피며 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티쿤 김종박 대표는 “메모, 파워포인트, 영상자료는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완전한 소통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라며 “우리는 티쿤 내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이용사 및 잠재적 이용사들과의 관계에서 글쓰기보다 더 좋은 소통 방법이 없다는 걸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회사원에게 글쓰기는 필수능력이라고 강조해온 김종박 대표는 직원들의 글쓰기 교육을 위해 전문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무료강좌를 진행하기도 했고, 직원들이 독서를 위해 구입하는 책값은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리더로서 글쓰기를 통해 티쿤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비전을 뚜렷이 하며, 자기 인생을 주인으로 아름답게 가꾸어갈 수 있도록 각자에게 잠재해있는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그것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1년 4월 현재, 티쿤은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이탈리아 등 12개국에 법인을 세우고 칠레, 호주 등 지구 반대편 나라에까지 온라인 직판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티쿤 구성원들이 쓰는 글은 참여, 공개, 공유를 표방하는 티쿤의 기업 방침에 따라 티쿤카페에 상시 공개된다. 주요 뉴스는 일어, 영어, 중국어로 번역되어 업로드된다.

티쿤카페는 약 27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으며, 비회원들에게도 개방하고 있어 매일 수천 명의 방문객이 들러 해외직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타공인 해외직판 정보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