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매 분기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도 포함된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악화됐고 낮을수록 완화됐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이 개선됐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작년 수치에 왜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통계를 임의대로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세 가지 기준 뒤죽박죽

매년 바뀌는 통계 기준…정부 내서도 "불평등 악화" vs "크게 개선"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6.30배다. 이 수치는 사상 처음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까지는 2인 이상 가구만 대상으로 조사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1분기 1인 가구를 포함했다고 가정했을 때 5분위 배율이 6.89배였다고 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6.30배로 줄었으니 개선됐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 기준 변경으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공식 발표된 5분위 배율은 5.41배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분배 지표가 크게 악화된 것이다.

통계 기준 변경에 따른 혼란은 1년 전에도 있었다. 작년 5월 통계청은 조사대상에서 저소득자 비율을 줄이고 조사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새로운 조사 방식을 적용한 5분위 배율을 내놨다. 조사대상에서 저소득자 비중이 줄어들면서 1분위(하위 20%)의 평균 소득이 늘어 분모가 커지며 5분위 배율은 기존 조사 방식 대비 줄었다. 통계청의 자체 조사에서 2019년 1분기 5.80배였던 5분위 배율이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면 5.18배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통계청장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분석에 따르면 5.41배인 작년 1분기 5분위 배율도 기존 조사 방식에 의하면 6.08배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6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작년 1분기 5분위 배율만 놓고 보면 2019년 이전 조사 방식에 따른 6.08배와 2020년 이후 방식에 따른 5.41배, 1인 가구까지 포함한 올해 조사를 통해 집계한 6.89배 등 세 가지 수치가 공존하는 셈이다. 특히 통계청은 2018년 가계동향조사 개편을 예고하며 1인 가구도 포함한 수치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다. 갑자기 5분위 배율이 뛰는 것을 막기 위해 1인 가구를 포함한 지표 산출만 1년 미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통계 논란 계속되는 이유는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인 가구를 포함한 산출은 처음인 만큼 더 면밀한 작업을 위해 시간이 걸렸다”며 “이전에도 해당 수치를 마이크로 데이터로 제공했던 만큼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이 멀다하고 통계가 바뀌다보니 정부 내에서도 이를 둘러싼 혼선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사회 소득 불평등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1분기 소득 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되며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했다. 유 의원은 “130억원을 들여 가계동향조사를 개편했지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과 부총리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을 정도로 통계가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소득불평등 조사의 기준과 관련된 논란은 문재인 정부 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지만 청와대나 여당이 기대하는 수준의 결과를 나타내지 못해서다. 2017년 종료될 예정이던 가계동향조사가 여권의 ‘소득주도성장 성과 홍보’ 필요성에 따라 연장됐다가 2018년 상반기에 사상 최악의 분배 지표를 나타내면서 통계청장이 경질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한 제조업 일자리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적 약자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지표는 넘쳐난다”며 “소득불평등 관련 지표만 손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노경목/김소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