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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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복사기’에서 ‘돈 삭제기’가 됐어요.”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값이 급락한 이달 19일부터 손실 인증글이 쏟아졌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수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내서 암호화폐를 사들인 젊은 층이 고통을 쏟아내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인 비트코인 값이 폭락하자 1년 연봉을 은행에 갖다 바치게 됐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수억원대 손실을 봤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으며 한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30억~40억원대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440조원 빚더미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등을 사들인 2030세대의 신용 위험도 그만큼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만큼 청년층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시장, 돈 복사기에서 돈 세단기로”

금리 뛰고, ‘빚투’ 코인은 급등락…'빚폭탄' 안고 잠 못드는 2030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1일 오후 3시 현재 개당 4848만4000원으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5.97%(307만6000원) 하락했다. 하지만 올 4월 14일 기록한 빗썸 역대 최고가(8148만7000원)에 비하면 6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출렁거림의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4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 시장의 ‘큰손’인 2030세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암호화폐 앱 이용자(MAU)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2030세대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거래금액도 천문학적으로 불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으로 암호화폐 거래액은 31조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 명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의 국내외 주식 거래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6)는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등 박탈감이 커지면서 암호화폐에 발을 디디는 또래가 많아졌다”며 “하지만 올 3월 이후 시장에 뛰어든 친구들은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체 직원 김모씨(38)는 “암호화폐 시장은 밤낮없이 돌아가고 변동 폭도 커서 카지노 같다”며 “주식투자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재미있어 직장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2030세대 차입금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변동성 확대로 빚어진 청년층의 금융사고가 금융회사 부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오르는데…2030에 대출 권하는 정부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는 것도 2030세대의 신용위험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2030세대 등이 조달한 대출상품 상당수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앞으로 시장금리 오름세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는 연 2.57~3.62%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말(연 1.99~3.51%)보다 0.11~0.58%포인트 뛰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연동, 신규 기준)도 연 2.55~3.90%로 지난해 7월 말(연 2.25~3.96%)보다 최저금리가 0.3%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금리도 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03%로 올해 1월 4일(연 0.954%)과 비교하면 0.149%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뛰는 만큼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 대출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청년층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암호화폐는 내재가치보다 가격 상승 기대에 의존해 가격이 뛰었다”며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격 상승 기대가 꺾이면 2017~2018년처럼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