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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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선 이미 뒤집혔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요기요 주문 비율이 5 대 3 대 2 정도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공유 주방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유명 외식업체의 대표는 “배달시장에서 격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남 3구에서 쿠팡이츠 점유율이 배민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미 앞질렀을 것이란 관측은 업계의 공공연한 소문이다.

전국 배달앱의 최고 격전지인 강남 시장의 급변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배민은 비상이 걸렸다.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경영진도 초긴장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8일부터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을 벤치마킹한 ‘배민1’을 시작하는 것은 더 이상 끌려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치 않던 쿠팡과의 ‘쩐의 전쟁’에 발을 담그게 되는 셈이다.

‘단건 배달’로 배달 판도 흔드는 쿠팡

15분 초고속 배달…"강남선 이미 배민 앞질렀다" 파다한 소문
쿠팡이 음식배달 시장에 진입한 건 2019년 4월. 초기엔 존재감이 없었다. 국내 음식배달 시장은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 3위 배달통이 시장의 98%가량을 장악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에겐 난공불락 시장처럼 보였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시장이 급팽창하자 쿠팡은 기회를 포착했다. 쿠팡이츠가 내세운 무기는 단건 배달. e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을, 배달 시장에선 미국 도어대시를 벤치마킹했다. 미국 배달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도어대시는 단건 배달을 내세워 단기간 1위에 올랐다.

평균 3~5건을 묶음배달해 배달 소요시간이 40분 안팎 걸리는 일반 배달과 달리 단건 배달은 배달시간이 15~20분에 그친다. 배달 속도가 빨라 식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단건 배달은 자금력이 좌우하는 ‘쩐의 전쟁’이다. 쿠팡이츠는 라이더(배달원)에게 최고 대우를 해줬다. 단건 배달 수수료는 평균 5000원 안팎. 평소엔 음식점 사장과 소비자가 나눠 부담한다. 하지만 배달 수요가 몰리는 저녁 피크타임이나 장마철, 폭설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배달 수수료가 건당 2만6000원까지 치솟는다. 쿠팡은 5000원 이상의 차액을 직접 부담해주는 방식으로 라이더를 확보했다.

단건 배달 승부수는 빠른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배민·요기요·배달통 ‘3강 구도’가 순식간에 깨졌다. 닐슨코리안클릭(활성 이용자 수 기준)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3위 배달통을 제치고 3강에 진입했다. 6월 이후엔 확고한 3강으로 자리잡았다. 쿠팡이츠의 공세 속에서 2010년 국내 최초 배달앱을 선보인 배달통은 11년 만인 다음달 2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반격 나선 배민…라이더 확보전 가세

배민은 다음달 8일 배민1을 출시하고 반격에 나선다.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건당 최대 2만원 안팎까지 배달 수수료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확보한 쿠팡의 막강한 자본력”이라며 “쿠팡이 로켓배송처럼 적자를 감내하면서 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위메프가 운영하는 배달 앱 위메프오도 연내 단건 배달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관건은 라이더 확보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가 여러 주문을 받지 않고 단 한 건의 주문만 받아 배달하는 서비스다. 경쟁업체의 주문보다 자사 주문을 받게 하려면 라이더에게 더 많은 비용을 줘야 한다.

배민의 참전 소식에 쿠팡이츠는 배달 실적이 높은 라이더에게 평균 수수료를 5900~6500원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