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예민한 MZ 세대…기업들 고민 필요" 지적
GS25, '남혐 논란' 디자이너 징계…마케팅팀장도 물러났다
GS리테일은 이달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벤트 포스터 관련 임직원에 대해 징계 인사를 결정했다.31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 28일 손가락 모양이 들어간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 등을 징계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다음달 1일부로 마케팅팀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플랫폼 사업부문(BU)장과 편의점 사업부장을 겸직했던 조윤성 GS리테일 대표는 플랫폼BU장만 맡게 된다.
GS25 리테일 관계자는 "디자이너가 징계 받긴 했으나 해고는 아니다. 조 사장은 편의점 사업부와 플랫폼 비즈니스유닛(BU)장을 겸하던 것에서 플랫폼BU만 맡기로 한 것으로, 정기 인사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플랫폼BU는 2019년 말 신설된 조직으로 편의점과 슈퍼, MD본부 등 3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통합 오프라인 사업군 조직이다.
GS25는 앞서 지난 1일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의 소시지를 집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해석되며 남성 혐오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포스터에 들어간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 캠핑의 필수 아이템)'이란 영어 문구의 각 단어 끝 알파벳을 조합하면 'MEGAL', 즉 '메갈리아'라는 극단주의 페미니즘 커뮤니티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터의 소시지 이미지와 손 모양 역시 메갈리아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미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윤성 대표는 당시 "캠핑을 주제로 한 포스터 제작을 위해 유료 사이트에서 '캠핑' '힐링'이라는 키워드로 내려받은 이미지를 사용했으나, 디자인 요소에서 사회적 이슈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무신사·카카오뱅크까지…'손 모양' 홍보물에 기업들 논란
GS25에서 시작된 '남혐 논란'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예전에 제작한 'GS25 WEEK' 홍보물에 남혐 요소가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등의 홍보물과 모델에 대한 지적이 불거졌다.소비자 불매운동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이들 회사는 남혐 의도를 부인하면서 홍보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는 등 조치에 나섰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보다 기민하게 사회적 이슈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소비자의 세대별 특징과 행동방식에 미흡하게 대처하면 언제든 논란이 일 수 있어 기업에겐 리스크(위험)가 된다는 얘기다.
최재섭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진영 간 갈등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젠더 이슈 등 예민한 문제를 미리 걸러내야 한다.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실수지만 개인이 챙기기보다는 검증할 수 있는 조직 내 시스템이 부재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기업에서 젠더 이슈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 인원에 대한 처벌로 끝나서는 추후 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온라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성화, 소통을 중시하는 MZ 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결과로 분석된다. 10~20대 소비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세대격차도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최 교수는 "온라인이 일상화되고 소통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며 "개인이 의견을 치열하게 내세우기 때문에 이슈와 관련해 다방면에서 충돌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과거에는 없었던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내부 단속뿐 아니라 기업이 공통적으로 다양한 가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조직원에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해석을 일반화해, 젠더 갈등으로 확대해석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문양이나 문구를 과도하게 확대해석하는 흐름이 있다"며 "소수의 특정 커뮤니티에서 쓰는 혐오 표현을 검열·걸러내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