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은 ESG 문제 기업"…백기사 요청에 자본시장도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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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 사건에 방만 경영 '장남 구본성 자질론' 불거져
주총 이어 이사회서 해임·새 대표선임…2시간도 안 걸려
남양유업·무신사 등 오너·사회이슈 리스크에 기업들 휘청
투명·윤리·책임경영 반영한 'ESG 시스템' 구축 절실해져
주총 이어 이사회서 해임·새 대표선임…2시간도 안 걸려
남양유업·무신사 등 오너·사회이슈 리스크에 기업들 휘청
투명·윤리·책임경영 반영한 'ESG 시스템' 구축 절실해져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삼았던 범LG가(家) 아워홈에서 막내딸이 장남을 제치고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것은 도덕성 논란이 있는 사람은 안 된다는 여동생들의 분명한 의지가 반영된 단합이었다. 외부 투자자들과 다른 주주까지 가세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전 LG그룹 계열사 대표)
전문가들은 이번 아워홈 경영진 교체를 윤리경영, 책임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앞서 젠더 논란이 있었던 무신사에서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가 경영을 내려놓고, 대중에게 비난받던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결정타였다. 그는 지난해 9월 보복성 운전을 해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이달 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를 앞둔 시점에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보수한도 상향 안을 상정해 밀어붙이려고 한 점도 문제가 많다는 게 아워홈 주주들의 지적이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법규와 회사 정관을 구 부회장이 위반한 점, 1조8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회사를 부회장 개인이 좌지우지하려고 한 점 등은 달라진 시대상에 맞지 않는 기업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도 대주주였던 구 부회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구 부회장은 올초부터 경영권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우군이 될 만한 ‘백기사’를 수소문해왔다. IB업계에서는 재계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하거나 여동생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월하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모두 백지화됐다. 특히 최근 출자자(LP)들의 분위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LP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 해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진이 운영하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구지은 신임 대표이사가 곧장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비상장인 아워홈의 상장(IPO)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 신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 구성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공정하고 투명했던 전통을 빠르게 되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19세에 시작한 무신사(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경영권을 내려놓은 조만호 대표도 여론에 두 손을 든 사례다. 조 전 대표는 지난 3일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무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애정이 컸던 만큼 (잘못된 운영책을 편 것에 대해) 더 큰 지탄을 받았다”며 “이는 단기간 무리한 목표 달성만을 생각한, 미숙한 경영자로서의 온전한 제 불찰”이라고 반성했다. 무신사는 여성 회원에만 쿠폰을 발행한 점, 무신사와 현대카드의 이벤트 이미지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손 모양을 넣은 점 등 젠더 논란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무신사는 4일 강정구 프로덕트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조 전 대표 체제와 달리 공동 경영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7월 1일 취임 예정이다.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들이다. 과거엔 대기업 오너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며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지만 이젠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 시대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만큼 소비자들이 똑똑하고 냉철해졌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의 중요성도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차준호/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
전문가들은 이번 아워홈 경영진 교체를 윤리경영, 책임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앞서 젠더 논란이 있었던 무신사에서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가 경영을 내려놓고, 대중에게 비난받던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지은 “공정 기업, 세계적 기업 될 것”
4일 아워홈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를 아워홈의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구 부회장의 ‘보복운전’이 결정타였다. 그는 지난해 9월 보복성 운전을 해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이달 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를 앞둔 시점에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보수한도 상향 안을 상정해 밀어붙이려고 한 점도 문제가 많다는 게 아워홈 주주들의 지적이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법규와 회사 정관을 구 부회장이 위반한 점, 1조8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회사를 부회장 개인이 좌지우지하려고 한 점 등은 달라진 시대상에 맞지 않는 기업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도 대주주였던 구 부회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구 부회장은 올초부터 경영권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우군이 될 만한 ‘백기사’를 수소문해왔다. IB업계에서는 재계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하거나 여동생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수월하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구 부회장의 보복운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모두 백지화됐다. 특히 최근 출자자(LP)들의 분위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LP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 해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영진이 운영하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구지은 신임 대표이사가 곧장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비상장인 아워홈의 상장(IPO)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 신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 구성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공정하고 투명했던 전통을 빠르게 되살리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기업가 정신’ 냉철한 잣대로 평가해야
남양유업, 무신사 등 앞선 사례들은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리점 갑질, 오너일가의 부족한 윤리의식, 불가리스 사건 등으로 잇달아 물의를 일으켰던 남양유업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일체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57년을 이어오던 경영권을 포기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19세에 시작한 무신사(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경영권을 내려놓은 조만호 대표도 여론에 두 손을 든 사례다. 조 전 대표는 지난 3일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무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애정이 컸던 만큼 (잘못된 운영책을 편 것에 대해) 더 큰 지탄을 받았다”며 “이는 단기간 무리한 목표 달성만을 생각한, 미숙한 경영자로서의 온전한 제 불찰”이라고 반성했다. 무신사는 여성 회원에만 쿠폰을 발행한 점, 무신사와 현대카드의 이벤트 이미지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손 모양을 넣은 점 등 젠더 논란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무신사는 4일 강정구 프로덕트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신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조 전 대표 체제와 달리 공동 경영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다. 7월 1일 취임 예정이다.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들이다. 과거엔 대기업 오너들이 ‘황제’처럼 군림하며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지만 이젠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 시대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 적격성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댈 만큼 소비자들이 똑똑하고 냉철해졌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의 중요성도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차준호/김종우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