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수합병(M&A) 거래가 잇따르는 등 급증한 업무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후 감사업무가 늘어난 데다 최근 기업실사, 자산가치평가 등 재무자문 용역까지 대폭 늘어나자 젊은 인력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이달초 구인공고를 내고 재무자문본부 경력직 50여명 공개채용 서류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M&A 및 구조조정 서비스를 담당하는 딜(Deal) 자문, 부동산·에너지·인프라·리테일 산업 자문, 위기관리 자문 등에서 2~3년차 이상 경력자를 모집한다. 딜로이트안진의 재무자문 본부 인원이 400명이 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 채용이다. 삼일회계법인도 최근 지원부서를 비롯해 세무 전문 회계사, 공공컨설턴트 등을 모집하는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회계법인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대규모 채용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서는 것은 격무에 시달리는 저연차 직원들이 줄줄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퇴사자 면담을 해보면 대부분 업무가 과중해 일과 생활을 균형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며 "수새채용까지 더해 최대 100명의 인원을 채용해 총인원을 50명 가량 순증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서비스 블라인드에는 '일하다 정신병 왔음', '퇴사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라는 등 4대 회계법인 전 현직자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회계법인 안팎에선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인력이 줄어들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직원들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려면 수 십 명의 인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올해 신입 회계사 채용도 늘릴 예정이다. 삼정KPMG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를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린 300명 가량 선발하기로 했다. EY한영회계법인 역시 작년보다 많은 200명 이상의 신입을 뽑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09일(06: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