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국 온지 6년 만에 평생 일군 사업 접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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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말고, 수도권도 안돼"…규제 장벽에 '집토끼'만 나갔다
文정부 4년, 기업 유턴은 없었다
1.2만개社 해외로 나갈때 '국내 복귀' 52개 뿐
稅감면은 지방만…고용효과 큰 대기업도 지원 모두 배제
기업 나가도 정치권은 지역챙기기 급급…규제완화는 '뒷짐'
文정부 4년, 기업 유턴은 없었다
1.2만개社 해외로 나갈때 '국내 복귀' 52개 뿐
稅감면은 지방만…고용효과 큰 대기업도 지원 모두 배제
기업 나가도 정치권은 지역챙기기 급급…규제완화는 '뒷짐'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A사 김모 사장은 최근 중국 산둥성에 있는 공장을 한국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 대신 베트남을 선택했다. 그는 “충남 아산에 부지까지 마련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로 한국에선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이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이후 사업장을 국내로 옮긴 기업이 5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리쇼어링 기업 현황’에 따르면 2017~2020년 4년간 해외 진출 기업 중 생산공장 등을 국내로 다시 옮긴 기업은 52개사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해외로 나간 ‘오프쇼어링’ 기업 1만2333개의 0.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 사업장은 현대모비스 한 곳에 불과했다. 리쇼어링의 대부분은 중견(9개)·중소기업(42개)이 차지했다. 대기업은 중소협력사들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에 복귀할 때도 협력사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 리쇼어링 효과가 크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각국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부지 무상 제공 등의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 ‘K배터리’ 3사가 모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고, 양극재와 동박 등 소재업체도 잇따라 해외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250개 공장을 지을 동안 유턴 기업이 한 곳에 그친 것도 한국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법인세 인하, 보조금 지원 같은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보완과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철폐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을 대상으로 입지보조금과 설비투자 보조금 등을 최대 600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보조금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수도권으로의 복귀 기업의 경우 입지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설비투자 보조금도 ‘첨단산업’으로 인정받을 때만 신청할 수 있다. 요건이 까다롭고 인정폭도 매우 좁다. 시설투자금액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금융지원 역시 받을 수 없다. 한 유턴 기업은 “다양한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제지원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에 최대 7년간 법인세 50~100%를 깎아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만 적용된다. 그나마 수도권으로 돌아오려면 ‘수도권 공장 총량제’가 거대한 장벽이다. 결국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물류, 인력 공급 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내 복귀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지원까지 못 받는다면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리쇼어링 정책의 핵심은 수도권으로의 복귀 허용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도 잘 알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지방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입지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특별 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에서도 예외다. 정부는 국내로 복귀해 신규 고용을 하는 경우 인건비를 최대 80%까지 2년간 지원하는 고용창출 장려금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고용을 가장 많이 하는 대기업은 이 정책에서 제외돼 있다. 일본이 지난해 발표한 리쇼어링 정책에 대기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을 대거 포함한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에서 기업 규모 및 지역보다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력, 국내의 고용 효과 등 ‘큰 틀’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어느 지역에 있느냐’ 혹은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해외진출 기업이 대부분 수출기업인 점을 감안해 어떻게 하면 국내 복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김동현/민경진 기자 uphoon@hankyung.com
정부의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본국 이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이후 사업장을 국내로 옮긴 기업이 5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리쇼어링 기업 현황’에 따르면 2017~2020년 4년간 해외 진출 기업 중 생산공장 등을 국내로 다시 옮긴 기업은 52개사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해외로 나간 ‘오프쇼어링’ 기업 1만2333개의 0.4%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 사업장은 현대모비스 한 곳에 불과했다. 리쇼어링의 대부분은 중견(9개)·중소기업(42개)이 차지했다. 대기업은 중소협력사들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에 복귀할 때도 협력사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 리쇼어링 효과가 크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 각국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부지 무상 제공 등의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 ‘K배터리’ 3사가 모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고, 양극재와 동박 등 소재업체도 잇따라 해외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250개 공장을 지을 동안 유턴 기업이 한 곳에 그친 것도 한국의 글로벌 제조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법인세 인하, 보조금 지원 같은 인센티브도 필요하지만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보완과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철폐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4년, 기업 유턴은 없었다
유압기기 제조업체인 C사의 김모 대표는 2016년 중국 칭다오에서 ‘유턴’해 세종시에 공장을 지었다. 그해 10월 공장을 짓고 나니 막상 인력을 구할 수 없었고, 고용 지원금 지급 조건을 맞추지 못했다. 부지가 주거지와 떨어져 있어 근로자들의 통근이 불편했던 탓이다. 중국에서 일하던 직원을 데려와 쓰기도 했지만 불법이어서 벌금형까지 맞았다. 은행에선 연 9.5%의 비교적 고금리로 사업 자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한국에 돌아온 지 6년 만에 평생 일군 사업을 접어야 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국내로 유턴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기업인들에게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4년간 리쇼어링기업은 52곳에 그쳤다. 그나마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한 곳뿐이다. 리쇼어링이 이처럼 부진한 건 정부가 기업들에 실질적인 복귀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유턴 기업의 핵심인 대기업이나 수도권으로 복귀의 경우 각종 지원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수도권 복귀는 그림의 떡
17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해외진출기업 대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복귀를 위해 기업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실효성 있는 세제감면, 보조금 지원, 노동·입지·환경 관련 규제 완화 등을 꼽았다. 하지만 기업이 수도권으로 복귀하거나, 대기업이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경우 이들 지원책에서 모두 배제되고 있다.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을 대상으로 입지보조금과 설비투자 보조금 등을 최대 600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보조금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수도권으로의 복귀 기업의 경우 입지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설비투자 보조금도 ‘첨단산업’으로 인정받을 때만 신청할 수 있다. 요건이 까다롭고 인정폭도 매우 좁다. 시설투자금액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금융지원 역시 받을 수 없다. 한 유턴 기업은 “다양한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제지원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에 최대 7년간 법인세 50~100%를 깎아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만 적용된다. 그나마 수도권으로 돌아오려면 ‘수도권 공장 총량제’가 거대한 장벽이다. 결국 지방으로 가야 하는데 물류, 인력 공급 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기업인들의 설명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내 복귀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인데, 지원까지 못 받는다면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리쇼어링 정책의 핵심은 수도권으로의 복귀 허용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도 잘 알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고용 증대 핵심인 대기업도 배제
고용인원이 가장 많은 대기업은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원 및 노동 규제 완화 등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 4년간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5개 부품 기업이 함께 국내로 유턴하면서 3640억원(6개사 전체)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대기업은 지방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입지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특별 보증을 통한 금융지원에서도 예외다. 정부는 국내로 복귀해 신규 고용을 하는 경우 인건비를 최대 80%까지 2년간 지원하는 고용창출 장려금 정책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고용을 가장 많이 하는 대기업은 이 정책에서 제외돼 있다. 일본이 지난해 발표한 리쇼어링 정책에 대기업에 대한 각종 보조금을 대거 포함한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에서 기업 규모 및 지역보다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력, 국내의 고용 효과 등 ‘큰 틀’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어느 지역에 있느냐’ 혹은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냐’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해외진출 기업이 대부분 수출기업인 점을 감안해 어떻게 하면 국내 복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훈/김동현/민경진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