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경영계와 노동계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진 일부 업종의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수준을 업종에 따라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이 생계가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34년 만에…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이뤄질까

평행선 달리는 노사

최저임금위원회는 22일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매년 6~8월 다음해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과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27명의 위원은 최저임금의 구체적 액수를 논의하기에 앞서 최저임금액의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순차적으로 결정한다. 지난 15일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월급으로 할지 시급으로 할지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최저임금 액수는 아직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생활 주기가 1개월 단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월급으로 정하되, 시급을 병기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근로자별로 제각각인 고용 형태와 근로 시간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시급으로만 정하자고 주장했다.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인 노사 양측이 제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결정 단위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정 단위를 월급으로 하든 시급으로 하든 결국 근로자가 받는 돈은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결정되므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결정 단위가 월급으로 결정돼도 노동 시간과 무관하게 월급 기준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지급 단위를 월급으로 결정하면 ‘최소한 월급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이미지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한 차례만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단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노사 양측은 곧바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여부에 대한 협의에 들어간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는 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최저임금이 실제로 업종에 따라 달리 적용된 것은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됐던 1988년이 유일하다. 업종별 낙인효과를 우려한 노동계가 매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계는 34년이 지난 내년엔 반드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단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영업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수용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급여 수준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던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이 15.6%에 달했다. 역대 가장 높았던 전년도(1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시장의 수용력을 감안하지 않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미만율을 급격히 높였기 때문에 내년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차등 적용돼야 한다는 게 경총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으로 참여 중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역시 지난 15일 제3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한 기업에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