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평가 바로 알기① MSCI

2021년은 그야말로 기업들에 ‘ESG’의 해다. ‘지속 가능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일반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도 기업들에 ESG 경영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부랴부랴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경영을 선포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일쑤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중시한다는 경영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단어로, 모두에게 공인된 한 가지 측정 기준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발표된 ESG 평가 지수만 약 200여 개로 추산되는 상황. 글로벌 연구기관부터 국제기구까지 각자의 방식대로 만든 ESG 평가 기준을 내놓고 있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 공신력을 인정받은 주요 ESG 지표를 들여다보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각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가 설립…세계 2800개 기업 ESG 지수 공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MSCI)은 세계 3대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가 만든 글로벌 평가기관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2021년 6월 기준 2800여 개 기업에 대한 ESG 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점검 기준은 자체적으로 선정한 35개 ESG 요소로, 탄소배출량·친환경 기술 활용 여부(환경), 화학물질 안전성·지역사회 관계·공급망에서의 근로 기준 준수 여부(사회), 이사회 구성·투명한 납세·소유권 분리(지배구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MSCI의 ESG 평가 기준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가중치’다. MSCI는 자체적으로 환경(13개), 사회(16개), 지배구조(6개) 등 분야별로 총 35개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를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지는 않는다. 평가 대상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나 소속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중요 평가 기준 6~10개를 선정한 후 해당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가령 식음료 기업인 코카콜라의 경우 환경 분야에선 포장재 및 쓰레기·탄소 발자국에, 사회 분야에서는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건강과 안전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때 주요 평가 기준은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군과 관련된 ESG 분야 주요 이슈 ▲해당 기업이 노출된 주요 ESG 리스크 요소 ▲해당 기업의 리스크 관리 정도 ▲ESG 관련 기회 포착 정도 등을 분석해 선정한다. 예를 들어, 수자원 사용량이나 탄소배출량이 막대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자제품 제조 기업의 경우 환경 분야 평가 과정에서 ▲수자원 사용량 ▲제품의 탄소 발자국 ▲원자재 수급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되는 식이다. MSCI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마주한 ESG 위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이 좋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쳐 핵심 기준이 정해지면, 다시 해당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분야 개별 점수가 나온다. 이후 또 한 번 가중치를 적용해 기업의 1차 총점이 나온다. 환경 분야 리스크가 큰 기업이라고 정의된 경우, 환경 분야에 대응을 잘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이때 1차 점수는 0~10점 사이로 나오는데, 다시 이 점수에 대한 평가 대상 기업 관계자나 같은 산업 분야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최종 점수가 나온다.

기업이 최종적으로 부여받는 것은 점수가 아니라 AAA, AA, A, BBB, BB, B, CCC 등 7개 등급이다. AA나 AAA를 받은 기업은 ESG로 인한 기회와 위기를 잘 관리하는 ‘리더’로, A, BBB, BB 기업은 ‘평균’으로, B와 CCC를 받은 기업은 ESG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위기에 처할 위험도가 높은 ‘느림보’ 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배구조 중시… 공개된 모든 정보 수집해 평가

MSCI의 ESG 평가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ESG 요소 중 지배구조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사회 구조, 급여,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 오너십, 회계, 투명한 납세, 기업 윤리 등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기준 6개는 평가 대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소속 산업에 관계 없이 핵심 기준으로 본다. MSCI는 ESG 평가를 시작한 이래 지속적으로 “좋은 지배구조는 기업의 효율적인 자원 분배 및 의사결정을 위한 열쇠”라며 “지배구조를 잘 관리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MSCI는 해당 기업의 ESG 이행도를 평가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관한 방대한 양의 공개 정보를 대부분 검토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자체 발간한 ESG 평가 방식 안내서에도 “평가 대상 기업에 대해 공개된 모든 정보를 활용해 다각도로 ESG 이행 수준을 평가한다”고 쓰여 있다. MSCI에 따르면 이들은 ▲학계, 정부, 시민단체, 국제기구 등이 공개한 데이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주주총회 보고서 등 기업이 공개한 자체 정보 ▲언론 보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를 통해 수집한 공개 정보 등을 모두 수집한다.

다만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질의를 보내지는 않으며, 다른 이해관계자가 즉시 접근할 수 없는 비공개 정보는 반영하지 않는다. 또한 ESG 등급을 발표하기 6~8주 전부터 해당 기업은 평가의 근거가 되는 정보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등급이 확정되면 즉시 해당 기업에 알려준다. 기업은 자신들의 등급이나 근거가 된 정보에 대한 질의 또는 소명을 진행할 수 있다. 공식 ESG 등급 업데이트 주기는 연 1회로 알려져 있지만, 평가 대상 기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진행되므로 부정기적으로 등급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테슬라 ‘A’…같은 등급, 다른 세부 평가

이렇게 만들어진 기업에 대한 ESG 평가 정보는 누구나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MSCI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당 기업의 전체 등급과 최근 5년 사이의 등급 변화, 속한 산업군에서의 ESG 대응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기존 BBB 등급에서 A 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해 동종 산업 기업 중 평균 수준의 ESG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세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인적 자원 개발, 친환경 기술 등에서 ‘리더’ 등급을 받았다. 반면 기업 행태,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면에서 '느림보'로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인적 자원 개발, 친환경 기술 등에서 ‘리더’ 등급을 받았다. 반면 기업 행태,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면에서 느림보로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인적 자원 개발, 친환경 기술 등에서 ‘리더’ 등급을 받았다. 반면 기업 행태,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 면에서 느림보로 평가를 받았다.
테슬라 역시 삼성전자와 같은 A 등급을 받았고, 속한 산업군(자동차 제조)에서 평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같으나 상세 평가 내용은 다르다. 테슬라는 기업지배구조와 친환경 기술 개발에서 리더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제품의 안전과 질에서 평균을 받았다. 전기자동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자율주행 오작동으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안전성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MSCI가 발표하는 ESG 등급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속 가능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MSCI의 ESG 지수를 핵심 지표로 내걸고 있으며, MSCI ESG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운용액만 100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아직 국내 기업들의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현재 한국 기업 중 MSCI 평가 가운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은 기업은 없다. AA를 받은 기업은 LG디스플레이, KT&G , SK 등 3개 회사였다. 반면 일본 기업은 소니, 후지쯔 등 6개 기업이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ESG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먼저다”라고 조언했다. 채이배 전 국회의원(공인회계사)은 “아직도 ESG 경영을 단순 사회공헌 식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이 많다”며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가는 장기적인 ESG 경영 흐름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채 전 의원은 “탄소배출량,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 우리 기업의 ‘업의 본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ESG 원칙 중 장기적으로 가장 리스크가 될 확률이 높은 요소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