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제품을 점포에서 2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 중계점의 모습.  박한신 기자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제품을 점포에서 2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 중계점의 모습. 박한신 기자
e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대형마트 점포가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업체들의 빠른 배송에 맞선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반격을 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지 2시간 이내에 마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롯데마트의 ‘바로배송’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 외곽 물류센터가 아니라 집 근처 마트에서 상품이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당일배송보다 빠른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 기지화’를 앞세운 대형마트의 반격이 통할지 주목된다.

e커머스 배달에 맞선 2시간 배송

마트를 거실 냉장고처럼…롯데의 '파격 실험'
지난 24일 롯데마트 중계점. 다른 대형마트 점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여타 매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시설이 시선을 끌었다. 구역별로 설치된 4개의 수직리프트와 총 155m 길이의 천장 레일이다. 롯데마트의 2시간 내 배송 서비스인 ‘바로배송’을 위한 시설이다.

주문이 들어오자 신선·채소 구역 직원의 휴대용 기기(PDA)에서 ‘삐빅’ 신호가 울리며 상품 내역이 떴다. 계란 한 판과 쌈케일 두 봉지. 직원은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빠르게 상품을 집어 바구니에 담았다. 바구니에 붙은 바코드를 스캔한 뒤 수직리프트기에 넣자 천장에 설치된 레일로 올라가 포장센터로 이동했다. 같은 소비자가 함께 주문한 삼겹살과 생선 등도 각 구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바구니에 담겨 포장센터로 갔다.

바구니는 수직리프트기에 넣은 지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자동화된 포장센터에서 주문별로 합쳐져 아래층 배송센터로 옮겨지면 배송기사들이 물건을 싣고 소비자 집 앞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주문 알림이 울린 뒤 상품이 포장돼 배송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5분. 권영대 롯데마트 중계점 부점장은 “점포에서 반경 2~3㎞ 이내가 바로배송 가능 지역인데, 길 하나 차이로 배송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 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바로배송 가능 지역에선 롯데마트 매장이 소비자의 냉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배송 후 온라인 주문 7배 증가

현재 롯데마트는 중계점을 비롯해 광교점, 강변점, 잠실점, 판교점 등 15곳에서 2시간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해 시행 1년을 맞은 중계점과 광교점에서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계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건수는 지난달 기준 1126건으로 바로배송 시행 전인 2019년(339건)보다 232.7% 증가했다. 광교점도 지난달 하루 평균 785건의 온라인 주문이 들어와 2019년(105건)보다 7배 이상 많아졌다. 온라인 매출 또한 중계점은 같은 기간 170.7%, 광교점은 535.8% 늘었다.

롯데마트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갖춘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마트의 미래’로 삼고 있다. 주택가와 가까운 점포의 접근성을 활용하면 배송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e커머스 채널과도 경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는 최근 몇 년 새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지만 점포의 온라인 배송 거점화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투자 대비 효율이다. 롯데쇼핑이 1년 전 롯데마트 중계점에 투입한 설비투자 비용은 약 40억원. 아직 투자 비용 회수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는 데 한 곳당 1000억원 이상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투자”라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