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몸값, 홀당 100억 갈까 안갈까 [딜리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FO Insight]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을 소개해 드립니다.
1.골프산업 정점 논란.. '더 간다' vs '이게 꼭지'
작년 봄, 코로나19의 충격이 전 세계를 갑작스러운 공포에 몰아넣었을 때는 다들 몰랐습니다. 골프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를 보리라는 것을. 해외로 나갈 방법이 사라지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야외 운동으로서 골프의 매력도가 갑자기 높아졌지요. 안 그래도 젊은 층에서 골프를 즐기고 골프장 인스타그램이 트렌드가 되어가던 와중에 그야말로 불이 붙었습니다. 골프장 거래가격은 홀당 최고 97억(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을 찍기도 했지요. 골프장 매물은 없는데 사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습니다.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 사면 '꼭지' 아닌가? 그런 의문이 슬슬 제기되고 있습니다. 백신효과로 코로나19 국면이 좀 잦아들고 하늘길이 열리기만 하면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새로운 2030 수요층이 생겨서 괜찮다 vs 그래도 너무 비싸고 업사이드가 별로 없다 두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요.
이런 의문에 응답하는 기획기사를 한 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더 간다'는 내용의 핵심 근거는 '2030의 유입'입니다. 4050 이상 '중년 아재' 중심이던 골프인구가 2030, 특히 여성들로 확장된 것은 괄목할 만 합니다. 해외 골프장이나 해외 여행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게 아니라 파이 자체가 커지는 중이라는 논리입니다. 골프장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자' 수요도 쌓여 있습니다. 올해 거래가 성사됐거나 완료를 앞둔 골프장은 사우스스프링스, 세인트포, 세라지오 등 10여 곳에 달합니다. 1721억원에 거래가 확정된 사우스스프링스(18홀)는 홀당 가격이 1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골프존카운티 화랑(옛 크리스탈카운티CC)는 충북 진천에 있는 것인데도 홀당 72억에 팔렸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사우스스프링스 대비 싸게 팔렸습니다만 위치와 평판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많이 오른 것입니다. 골프산업을 제일 잘 알고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골프존이 올 들어서 두 번째 샀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골프존의 운영 전략을 소개한 이 기사에 따르면 골프존카운티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은 17곳입니다. 직접 소유한 것은 17곳 중 13곳(화랑 포함)입니다.
반대로 '꼭지론' 지지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인천지역 골프장 부지 매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습니다. 너무 비싸서요. 삼정KPMG에서는 '골프 이용객이 2023년에는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밸류에이션 증가를 너무 낙관해선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가성비 골프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AI와 로봇 서비스 등으로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을 시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런 변화의 내용을 담은 기사입니다. '승자의 저주'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담고 있는 지난 3월 딜로이트안진 골프팀 인터뷰도 한번 참고하실 만 합니다.
이 와중에 최고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의류산업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에는 멋진 샷도 중요하지만 샷만큼이나 '핏'도 중요하거든요.
2.'낙장불입' 맞아? 대우건설 매각전 뒷이야기
지난 주 M&A 업계 최고 화두는 '대우건설' 매각전이었습니다. 입찰하고 나서 가격을 낮추는 재입찰을 하는 것은 저는 처음 봤는데, 저만 처음 본 것 같지는 않더군요. 대한민국 M&A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지만 아예 판을 뒤집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대우건설 매각전은 올 초부터 슬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계열 사모펀드 KDB인베스트먼트(처음 나올 때는 자산관리회사(AMC)라고도 표현했는데 어느새 그냥 사모펀드로 굳어졌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현물출자) 핵심자산입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스타일상, 무한정 들고 있기는 쉽지 않고 올해 건설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매각론이 솔솔 퍼졌습니다. 한경 마켓인사이트가 올초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팔기 위해 한 인수 후보와 컨택을 하고 있다, 1조8000억원에 거래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KDBI 가 매각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냥 알아보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 일이 흥미롭게 흘러갔습니다. 6월초, 시장의 모든 사람들이 대우건설을 판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KDBI는 애매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인수 후보들이 충분히 '진성'으로 모였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팔지 정해진 바가 없다, 이런 이야기만 반복했지요. 제한적 경쟁입찰, 이런 표현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후보들 중에 마음에 안 드는 후보는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호반건설이 사려다가 만 옛날 기억(2017년말)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게 이런 애매함의 근거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6월25일 입찰이 진행됩니다. 통상 공개매각에서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두 차례 입찰을 진행합니다. 이유는 예비입찰을 통해 시장 내 후보들의 의사를 확인해 보고, 이 중에서 적격 후보를 가려서 실사를 시켜주고, 실사 결과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적어내는 본입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25일 입찰 단 한번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본입찰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본입찰 한번만으로 진행하는 딜이 '이상한' 것은 아니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딜을 어떻게 할지는 매각자 맘이지요. 하지만 인수 후보가 맘에 안 드는 곳이 많다면 예비입찰로 걸러내면 될 것인데 왜 안 했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러다가 막판에 호반건설이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니 옛날에 드랍한 그 호반? 호반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KDBI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끝까지 기다린 것일까요? 경쟁을 붙여서 몸값을 올리려고 호반이 잠깐 레이스를 뛰어준 것 뿐일까요? 이렇게 해 놓고 호반은 최종 입찰에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아무튼 호반의 등장으로 판세가 갑자기 바뀝니다. 입찰 결과 올초부터 접촉을 시도했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8조를, 중흥건설 측에서 2.3조를 써냈다고 합니다. 이렇다면 그냥 중흥건설이 가져가는 것이죠. 그래서 중흥이 내정되었다는 보도(6월30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중흥에서 '안산다'고 합니다. 아니 왜요 선생님? '너무 높게 썼다'고 합니다. 아니 그러면 2.3조를 쓴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말씀인지요? 2.3조를 안 썼으면 될 일이 아닌지요? 그런 의문이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이 배경에는 호반과 중흥 간의 자존심 싸움이 있습니다. 호남지역 건설사로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던 호반이 들어온다고 하자 중흥은 이를 의식하여 가격을 확 높게 썼는데, 막상 결과를 까보니 호반에서 마음을 바꿔서 안 들어왔다는 겁니다. 중흥 측은 호반건설이 들어올 줄 알고 지른 것인데,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니 농락당한 기분이 들어서 아예 입찰보증금도 내기 전이겠다 그냥 안 한다고 주장을 했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7월1일께 '중흥이 드랍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배경입니다. 실제로 여러 경로로 입찰 포기 의사를 전달한 모양입니다. 호반에서 중흥을 농락할 의도로 그랬는지도 역시 알기 어렵습니다.
중흥건설이 하도 펄펄 뛰니, KDBI가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조건을 재조정할 기회를 줄 테니 다시 내 보라(7월1일 상황)고 한 것입니다. "이것을 '재입찰'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KDBI의 주장입니다만 뭐라고 부른들 본질이 달라지겠습니까. 가격을 바꿀 기회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7월2일에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은 각각 가격을 적어냈는데, 이번엔 2조원과 2.1조원 정도를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확한 가격은 모릅니다) 아무튼 중흥이 최초 제시가격에서 상당액을 깎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7월2일 기사는 3000억을 깎았다고 썼는데 이후 2000억 정도를 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7월5일 KDBI는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흥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그 배경도 나름대로 해명하였습니다. 재입찰을 조건조정이라고 규정하는 등 약간의 '인식 차'는 있었으나 큰 흐름은 시장의 생각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호반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어 들어오라고 했으나 왜 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KDBI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한 것이 무슨 누구를 주기로 해서라든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거론되던 '내정설'의 주인공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었거든요. 중흥을 위해 이런 판을 짰다면 이런 기사도 나오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운 입찰이 되고 말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역(逆) 프로그레시브'였다는 (비꼬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뒤집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다퉈봐야 하는 문제이지만(아마 대우건설 노조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분위기인데) 가격 조건과 비가격 조건을 모두 종합하여 바꾸는 '텀시트(term sheet)의 개선' 작업이었다고 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중흥 측은 가격을 다소 낮추는 대신 비가격 조건에서 많은 양보를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보면, KDBI 입장에서는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의 실익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3.로젠택배, 세번째 매각도전 끝에 팔렸다
로젠택배가 드디어 팔렸습니다. 와, 정말 잊어버리고 있다시피 했던 딜인데.. 대명화학이라는 곳이 인수했습니다. 몇 번이나 딜이 될 듯 말 듯 안 되기를 반복하고 상장을 한다고 했다가 매각을 한다고 했다가 하기를 거듭하면서 참 이게 쉽지 않은 딜이라고들 생각했던 것입니다.
로젠택배를 쓰시는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근데 택배업 중에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같은 종류와 로젠택배는 다소 업태가 다릅니다. 로젠택배는 좀 더 개인사업자들에게 특화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다량의 물류를 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가 주요 경쟁력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쇼핑몰 사업자라면 높은 비율로 로젠택배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전국에 10개 물류터미널과 300개 이상의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했습니다. 2016년부터 팔려고 했는데 잘 안됐지요. CVC캐피탈파트너스와 계약했다가 무산됐고, 작년 코로나19 국면에서 택배수요가 급증하자 웰투시인베스트먼트랑 잘 될 뻔 했는데 안 됐습니다. 세 번째 매각에서 드디어 주인을 찾았네요. 김채연 기자가 로젠택배 기사를 쓴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눈물이.. ㅠㅠ 100% 지분을 3400억에 팔았습니다.
로젠택배를 사간 대명화학은 '패션플러스'나 '모다아울렛' 등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패션을 비롯해 전자, 화학, 부동산까지 다 거느린 회사입니다. 민지혜 기자에 따르면 "패션업계 M&A의 큰손"이랍니다.
4.'보톡스' 휴젤, 누구 품에 안길까
보툴리눔톡신, 보톡스는 다들 아는데 그걸 누가 생산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2001년 설립된 1위 보톡스회사가 휴젤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합니다. 2010년 이 회사는 세계에서 6번째로 보톡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래 이 시장에는 메디톡스도 있는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특허 분쟁 등으로 주춤한 사이 휴젤이 치고 올라갔지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휴젤 지분 42.9%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토란 같은 회사를 참 잘 고른 듯 합니다. 신세계와 GS 등 여러 기업들이 들어와서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자 아예 공개 입찰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몸값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달 말까지 투자 의향을 제안받아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딜이 넘치는 시절이라 리뷰를 쓸 딜을 고르는 것도 고민거리가 될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골프산업 정점 논란.. '더 간다' vs '이게 꼭지'
작년 봄, 코로나19의 충격이 전 세계를 갑작스러운 공포에 몰아넣었을 때는 다들 몰랐습니다. 골프장이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를 보리라는 것을. 해외로 나갈 방법이 사라지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야외 운동으로서 골프의 매력도가 갑자기 높아졌지요. 안 그래도 젊은 층에서 골프를 즐기고 골프장 인스타그램이 트렌드가 되어가던 와중에 그야말로 불이 붙었습니다. 골프장 거래가격은 홀당 최고 97억(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을 찍기도 했지요. 골프장 매물은 없는데 사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습니다.
올해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 사면 '꼭지' 아닌가? 그런 의문이 슬슬 제기되고 있습니다. 백신효과로 코로나19 국면이 좀 잦아들고 하늘길이 열리기만 하면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새로운 2030 수요층이 생겨서 괜찮다 vs 그래도 너무 비싸고 업사이드가 별로 없다 두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요.
이런 의문에 응답하는 기획기사를 한 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더 간다'는 내용의 핵심 근거는 '2030의 유입'입니다. 4050 이상 '중년 아재' 중심이던 골프인구가 2030, 특히 여성들로 확장된 것은 괄목할 만 합니다. 해외 골프장이나 해외 여행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게 아니라 파이 자체가 커지는 중이라는 논리입니다. 골프장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자' 수요도 쌓여 있습니다. 올해 거래가 성사됐거나 완료를 앞둔 골프장은 사우스스프링스, 세인트포, 세라지오 등 10여 곳에 달합니다. 1721억원에 거래가 확정된 사우스스프링스(18홀)는 홀당 가격이 1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골프존카운티 화랑(옛 크리스탈카운티CC)는 충북 진천에 있는 것인데도 홀당 72억에 팔렸습니다. 단순 비교하면 사우스스프링스 대비 싸게 팔렸습니다만 위치와 평판 등을 고려하면, 대단히 많이 오른 것입니다. 골프산업을 제일 잘 알고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골프존이 올 들어서 두 번째 샀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골프존의 운영 전략을 소개한 이 기사에 따르면 골프존카운티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은 17곳입니다. 직접 소유한 것은 17곳 중 13곳(화랑 포함)입니다.
반대로 '꼭지론' 지지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인천지역 골프장 부지 매입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했습니다. 너무 비싸서요. 삼정KPMG에서는 '골프 이용객이 2023년에는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밸류에이션 증가를 너무 낙관해선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가성비 골프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AI와 로봇 서비스 등으로 비용 절감과 서비스 향상을 시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런 변화의 내용을 담은 기사입니다. '승자의 저주'를 조심하라는 경고를 담고 있는 지난 3월 딜로이트안진 골프팀 인터뷰도 한번 참고하실 만 합니다.
이 와중에 최고 호황을 누리는 것은 의류산업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에는 멋진 샷도 중요하지만 샷만큼이나 '핏'도 중요하거든요.
2.'낙장불입' 맞아? 대우건설 매각전 뒷이야기
지난 주 M&A 업계 최고 화두는 '대우건설' 매각전이었습니다. 입찰하고 나서 가격을 낮추는 재입찰을 하는 것은 저는 처음 봤는데, 저만 처음 본 것 같지는 않더군요. 대한민국 M&A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지만 아예 판을 뒤집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대우건설 매각전은 올 초부터 슬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계열 사모펀드 KDB인베스트먼트(처음 나올 때는 자산관리회사(AMC)라고도 표현했는데 어느새 그냥 사모펀드로 굳어졌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현물출자) 핵심자산입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의 스타일상, 무한정 들고 있기는 쉽지 않고 올해 건설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매각론이 솔솔 퍼졌습니다. 한경 마켓인사이트가 올초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팔기 위해 한 인수 후보와 컨택을 하고 있다, 1조8000억원에 거래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KDBI 가 매각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냥 알아보는 정도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 일이 흥미롭게 흘러갔습니다. 6월초, 시장의 모든 사람들이 대우건설을 판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KDBI는 애매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인수 후보들이 충분히 '진성'으로 모였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 팔지 정해진 바가 없다, 이런 이야기만 반복했지요. 제한적 경쟁입찰, 이런 표현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후보들 중에 마음에 안 드는 후보는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호반건설이 사려다가 만 옛날 기억(2017년말)을 반복할 수 없다는 게 이런 애매함의 근거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6월25일 입찰이 진행됩니다. 통상 공개매각에서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두 차례 입찰을 진행합니다. 이유는 예비입찰을 통해 시장 내 후보들의 의사를 확인해 보고, 이 중에서 적격 후보를 가려서 실사를 시켜주고, 실사 결과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적어내는 본입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25일 입찰 단 한번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본입찰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본입찰 한번만으로 진행하는 딜이 '이상한' 것은 아니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딜을 어떻게 할지는 매각자 맘이지요. 하지만 인수 후보가 맘에 안 드는 곳이 많다면 예비입찰로 걸러내면 될 것인데 왜 안 했을까 싶기는 합니다.
그러다가 막판에 호반건설이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니 옛날에 드랍한 그 호반? 호반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KDBI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끝까지 기다린 것일까요? 경쟁을 붙여서 몸값을 올리려고 호반이 잠깐 레이스를 뛰어준 것 뿐일까요? 이렇게 해 놓고 호반은 최종 입찰에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아무튼 호반의 등장으로 판세가 갑자기 바뀝니다. 입찰 결과 올초부터 접촉을 시도했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1.8조를, 중흥건설 측에서 2.3조를 써냈다고 합니다. 이렇다면 그냥 중흥건설이 가져가는 것이죠. 그래서 중흥이 내정되었다는 보도(6월30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집니다. 중흥에서 '안산다'고 합니다. 아니 왜요 선생님? '너무 높게 썼다'고 합니다. 아니 그러면 2.3조를 쓴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말씀인지요? 2.3조를 안 썼으면 될 일이 아닌지요? 그런 의문이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이 배경에는 호반과 중흥 간의 자존심 싸움이 있습니다. 호남지역 건설사로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던 호반이 들어온다고 하자 중흥은 이를 의식하여 가격을 확 높게 썼는데, 막상 결과를 까보니 호반에서 마음을 바꿔서 안 들어왔다는 겁니다. 중흥 측은 호반건설이 들어올 줄 알고 지른 것인데,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니 농락당한 기분이 들어서 아예 입찰보증금도 내기 전이겠다 그냥 안 한다고 주장을 했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입니다. 7월1일께 '중흥이 드랍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배경입니다. 실제로 여러 경로로 입찰 포기 의사를 전달한 모양입니다. 호반에서 중흥을 농락할 의도로 그랬는지도 역시 알기 어렵습니다.
중흥건설이 하도 펄펄 뛰니, KDBI가 한 발짝 물러섰습니다. 조건을 재조정할 기회를 줄 테니 다시 내 보라(7월1일 상황)고 한 것입니다. "이것을 '재입찰'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KDBI의 주장입니다만 뭐라고 부른들 본질이 달라지겠습니까. 가격을 바꿀 기회를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7월2일에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중흥건설은 각각 가격을 적어냈는데, 이번엔 2조원과 2.1조원 정도를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확한 가격은 모릅니다) 아무튼 중흥이 최초 제시가격에서 상당액을 깎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7월2일 기사는 3000억을 깎았다고 썼는데 이후 2000억 정도를 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7월5일 KDBI는 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흥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그 배경도 나름대로 해명하였습니다. 재입찰을 조건조정이라고 규정하는 등 약간의 '인식 차'는 있었으나 큰 흐름은 시장의 생각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호반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어 들어오라고 했으나 왜 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KDBI의 설명입니다.
이렇게 한 것이 무슨 누구를 주기로 해서라든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거론되던 '내정설'의 주인공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었거든요. 중흥을 위해 이런 판을 짰다면 이런 기사도 나오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단히 혼란스러운 입찰이 되고 말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역(逆) 프로그레시브'였다는 (비꼬는) 표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뒤집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 다퉈봐야 하는 문제이지만(아마 대우건설 노조 등에서 문제를 제기할 분위기인데) 가격 조건과 비가격 조건을 모두 종합하여 바꾸는 '텀시트(term sheet)의 개선' 작업이었다고 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중흥 측은 가격을 다소 낮추는 대신 비가격 조건에서 많은 양보를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보면, KDBI 입장에서는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의 실익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3.로젠택배, 세번째 매각도전 끝에 팔렸다
로젠택배가 드디어 팔렸습니다. 와, 정말 잊어버리고 있다시피 했던 딜인데.. 대명화학이라는 곳이 인수했습니다. 몇 번이나 딜이 될 듯 말 듯 안 되기를 반복하고 상장을 한다고 했다가 매각을 한다고 했다가 하기를 거듭하면서 참 이게 쉽지 않은 딜이라고들 생각했던 것입니다.
로젠택배를 쓰시는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근데 택배업 중에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같은 종류와 로젠택배는 다소 업태가 다릅니다. 로젠택배는 좀 더 개인사업자들에게 특화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다량의 물류를 쓰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가 주요 경쟁력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쇼핑몰 사업자라면 높은 비율로 로젠택배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전국에 10개 물류터미널과 300개 이상의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했습니다. 2016년부터 팔려고 했는데 잘 안됐지요. CVC캐피탈파트너스와 계약했다가 무산됐고, 작년 코로나19 국면에서 택배수요가 급증하자 웰투시인베스트먼트랑 잘 될 뻔 했는데 안 됐습니다. 세 번째 매각에서 드디어 주인을 찾았네요. 김채연 기자가 로젠택배 기사를 쓴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눈물이.. ㅠㅠ 100% 지분을 3400억에 팔았습니다.
로젠택배를 사간 대명화학은 '패션플러스'나 '모다아울렛' 등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 수도 있는데 패션을 비롯해 전자, 화학, 부동산까지 다 거느린 회사입니다. 민지혜 기자에 따르면 "패션업계 M&A의 큰손"이랍니다.
4.'보톡스' 휴젤, 누구 품에 안길까
보툴리눔톡신, 보톡스는 다들 아는데 그걸 누가 생산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2001년 설립된 1위 보톡스회사가 휴젤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합니다. 2010년 이 회사는 세계에서 6번째로 보톡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래 이 시장에는 메디톡스도 있는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특허 분쟁 등으로 주춤한 사이 휴젤이 치고 올라갔지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휴젤 지분 42.9%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토란 같은 회사를 참 잘 고른 듯 합니다. 신세계와 GS 등 여러 기업들이 들어와서 인수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자 아예 공개 입찰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몸값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달 말까지 투자 의향을 제안받아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딜이 넘치는 시절이라 리뷰를 쓸 딜을 고르는 것도 고민거리가 될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