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네이버와 SK C&C를 누르고 한국은행에서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라운드X는 앞으로 한은의 CBDC 연구개발 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은은 이날 CBDC 모의실험을 위한 우선협상자로 그라운드X를 선정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으로 법정통화와 1 대 1 교환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거래된다.

그라운드X는 한은과 함께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연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CBDC 발행·유통은 물론 국가 간 송금, 결제 기능까지 도맡아 가상 환경에 구현할 계획이다. 내년 6월까지 실험을 진행하며 한은은 이번 연구 사업 예산으로 49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라운드X는 이번 입찰에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삼성 계열사 에스코어, 암호화폐 이더리움 인프라 개발사인 미국 컨센시스,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 온더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한은은 모의실험을 두 단계로 나눠 시행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모의실험 수행 환경을 조성하고, CBDC 기본 기능을 점검한다. 2단계에서는 CBDC를 활용한 확장 기능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주로 확인한다. CBDC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 기술은 그라운드X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이 활용될 전망이다. 그라운드X는 CBDC 실험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클레이튼을 CBDC에 적합한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의 CBDC 모의실험 입찰에는 네이버와 SK 등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공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CBDC 연구개발, 발행 단계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은은 CBDC 발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BDC 발행과 관련해 “아무리 빨리 해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 작업이 구체화할 경우 모의실험에 참여한 그라운드X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그라운드X가 발행한 암호화폐 클레이도 주목받고 있다. 클레이는 그라운드X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다. 클레이튼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상장됐다. 이 거래소에서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해 말 클레이튼의 이사회 격인 거버넌스카운슬(GC)에 참여했다. GC는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합체다.

김익환/박진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