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로 옮겨붙은 '통화패권' 경쟁…결제 효율성 높지만 '빅 브러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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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 중앙은행 'CBDC 실험'
6가지 궁금증 총정리
美·中·유럽 등 개발 공식화
韓銀, 카카오 그라운드X 손잡고
내년 6월까지 CBDC 모의실험
6가지 궁금증 총정리
美·中·유럽 등 개발 공식화
韓銀, 카카오 그라운드X 손잡고
내년 6월까지 CBDC 모의실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이 한국에도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 CBDC 모의실험 사업자로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를 선정하고 디지털화폐 연구에 뛰어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4일 디지털 유로화 개발을 공식화했고, 미 중앙은행(Fed)도 오는 9월께 CBDC의 밑그림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낸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발행한 CBDC 시범운영을 확대 중이다. ‘법정화폐의 대안’을 자처해온 암호화폐의 기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CBDC 확산이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CBDC의 밑그림은 고(故)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1985년 제안했다.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개발 선언 등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통화정책과 발권정책의 권한과 지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국 통화당국이 암호화폐 규제와 함께 CBDC 도입을 저울질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도 촉매제로 작용했다. 비대면 거래가 늘고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거래정보가 중앙은행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빅 브러더’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은행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화폐를 개인과 기업에 곧바로 쏴주기 때문이다. CBDC가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디지털 결제가 활발하기 때문에 화폐 사용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CBDC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전자적 형태로 발행된 중앙은행의 화폐를 뜻한다.
임현우/김익환 기자 tardis@hankyung.com
(1) 기존 법정화폐·암호화폐와의 차이는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뜻한다. 기존 법정화폐와 1 대 1로 교환할 수 있고 가격 변동 위험이 없다. 지폐나 동전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빼면 발행 주체, 교환 가치, 중앙은행의 권한 등 측면에선 차이가 없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만 CBDC와 같을 뿐이다. 민간 암호화폐는 누군가가 발행량을 조절할 수 없고 수요·공급에 따라 가치가 요동친다. 변동성을 줄이려고 가격을 법정화폐에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나왔지만 민간 코인의 변종이다.(2) ‘비트코인 기술’ 블록체인 왜 쓰나
CBDC가 반드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할 필요는 없다. 중앙화된 전산망으로 구축해도 된다. 다만 거래비용을 낮추고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산원장 기술 채택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한은의 연구용역 입찰에도 그라운드X와 함께 네이버 계열 라인플러스, SK C&C가 3파전을 벌였다. 블록체인 기술을 축적해온 정보기술(IT) 기업 간 경쟁이었다.(3) 얼마나 많은 나라가 뛰어들었나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주요국 중앙은행을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CBDC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술 실험에 들어간 곳이 60%, 시범사업을 한 곳이 14%였다.CBDC의 밑그림은 고(故)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1985년 제안했다.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2009년 비트코인의 등장,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 개발 선언 등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통화정책과 발권정책의 권한과 지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국 통화당국이 암호화폐 규제와 함께 CBDC 도입을 저울질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도 촉매제로 작용했다. 비대면 거래가 늘고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4) CBDC 도입하는 포석은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패권 경쟁’ 외에도 국가마다 CBDC에 관심을 두는 목적은 다양하다. 지급결제 시장의 안정화, 금융 접근성 향상, 결제망 효율성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현금 사용이 급감하고 있는 스웨덴은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e크로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캄보디아는 국민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바콩’ 개발에 들어갔다. 싱가포르는 역외결제의 비용, 속도, 투명성 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우빈’ 프로젝트를 수행했다.(5) 한국에선 언제 쓸 수 있나
한은은 CBDC를 실제 발행할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지만 완전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아무리 서둘러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작업을 마무리지은 이후 득실과 각국 도입 흐름을 따져 2~3년 뒤 발행을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그라운드X와 함께 다음달부터 내년 6월까지 CBDC 발행·유통은 물론 국가 간 송금·결제 기능까지 가상환경에서 구현해볼 계획이다.(6) 기존 화폐 대비 장단점이 뭔가
중앙은행으로서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통화정책 여력도 확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정책적인 ‘돈 풀기’가 시급할 때 유동성을 훨씬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은행 간 청산·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위조를 막을 수 있고, 불법 거래 추적이 용이해지는 것도 장점이다.하지만 모든 거래정보가 중앙은행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빅 브러더’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은행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화폐를 개인과 기업에 곧바로 쏴주기 때문이다. CBDC가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는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미 디지털 결제가 활발하기 때문에 화폐 사용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CBDC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전자적 형태로 발행된 중앙은행의 화폐를 뜻한다.
임현우/김익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