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SG 상생 노력 지수화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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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중소기업이 실천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ESG 경영 계획에서 협력사를 여전히 리스크 관리대상으로만 보는게 현실이다. 대기업은 중소 협력사의 ESG 수준을 높이는 것을 자사 ESG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경ESG] 중소기업 ESG
“요즘 다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SG 하는데, 사실 저는 개념도 잘 모릅니다.” 최근 한 회의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가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대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실 해당 중소기업은 이미 ESG를 실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유통회사에 납품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에너지 소비량 등 비재무적 정보 제출을 요청받고 있으며, 글로벌 유통회사가 요구하는 윤리 경영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소기업 ESG의 현실이다. 자발적으로 필요성을 느껴 ESG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대기업 또는 해외 거래처 같은 납품처에서 요구하는 ESG 기준을 수동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ESG 경영 계획을 보면서 중소기업들은 혼란스럽다. ESG가 표방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이해관계자와의 공생’인데,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소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불공정 행위 대기업도 S분야 최상위 등급
사례1. 대형 마트 A사. 납품 중소기업에 할인 행사 부담 떠넘기기 등 납품 단가 후려치기로 과징금 400억원 부과. A사의 ESG 등급은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사례2. 자동차 제조 B사. 10년 이상 거래해온 협력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기술 자료 제공 요청. 이후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대학에 해당 기술 자료 무단 제공 후 유사 특허 등록 후 다른 협력업체에 특허를 제공함으로써 단가 절감. B사의 ESG 등급은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사례3. 자동차 부품 제조 C사. 하도급 업체에 일정 기간 계약을 보장하고 매년 단가를 인하하는 장기 공급 계약 할인 약정(CR) 체결. 적자 누적으로 고통받던 하도급 업체는 단가 인상을 요구했으며, C사는 단가 인상을 조건으로 추천 인물을 하도급 업체 대표이사로 선임하도록 강요하는 등 경영 간섭. C사의 ESG 등급 역시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중소기업에 관행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ESG 평가에서는 최상위 등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들은 거래 관계가 끊어질 우려에 내놓고 말도 못하는 불공정거래 관계를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소기업에 ESG 경영의 가치는 무색하고, 평가 기준은 의문스럽게 느껴진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외면한 중소기업에 대한 ESG 확산 요구는 ‘또 다른 규제’로 인식되는 이유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이어 이젠 ESG까지. ESG에 대해 중소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대다수 중소기업에 ESG는 기회보다는 또 다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한다. ESG의 확산 물결 속에 우리 사회의 화두인 공정에 대한 논의는 빠진 듯해 안타깝다. 정부도 ESG 지표를 개발하고 중소기업 ESG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확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ESG가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에 수많은 ESG 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K-ESG 지표를 만들기로 한 이상, 시장의 흔한 지표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공정한 거래 생태를 기반으로 한 선진국의 지표를 그대로 도입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 된다. K-ESG에 대해 기업을 평가하는 도구를 뛰어넘어, 국가적 ESG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S분야 지표에 우리 시장의 현실에 맞도록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경영 계획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협력사는 리스크 관리 대상일 뿐, 본래 가치인 ‘이해관계자와의 공익 추구’ 차원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협력사 ESG 지원 계획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공급망 평가모델 개발 수준에 그친다. 중소 협력사에 ESG는 또 다른 평가 수단이자 부담일 뿐이다.
중소 협력사 ESG 수준 높여야
대기업의 ESG 책임이 ‘공급망 관리’ 수준에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들도 어려운 ESG가 중소 협력사에 그대로 전달되면 어려움에 대한 부담의 체감 수준은 훨씬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중소 협력사의 ESG 수준을 높이는 것을 자사 ESG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지난호에 소개한 SK하이닉스의 ESG 펀드 조성을 통한 협력업체 ESG 개선을 위해 저리 대출을 실시하는 사례가 바로 그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정부도 대기업들의 이러한 상생 노력을 적극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7월 1일부터 전담팀을 꾸려 바람직한 ESG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ESG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삼성과 포스코가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 환경 조성을 지원하듯, ESG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또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자를 중심으로 중소기업ESG위원회를 구성하고, 홈페이지에 ‘ESG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해 실제 중소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발굴해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의 ESG 상생 노력을 지수화, 모범 사례를 발굴·홍보해 상생 ESG를 전파하고자 한다.
ESG는 중소기업이 실천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불공정한 시장 기반은 중소기업의 역할을 수동적 수용자로 제한할 뿐이다. ESG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적 경영 환경 격변기에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중소기업이 자발적 참여자가 되어 국가적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공익 추구라는 ESG의 기본 가치를 되새기며 국가적 ESG 목표를 수립해보자.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이것이 중소기업 ESG의 현실이다. 자발적으로 필요성을 느껴 ESG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보다는 대기업 또는 해외 거래처 같은 납품처에서 요구하는 ESG 기준을 수동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앞다퉈 발표하는 ESG 경영 계획을 보면서 중소기업들은 혼란스럽다. ESG가 표방하는 주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이해관계자와의 공생’인데,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생소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불공정 행위 대기업도 S분야 최상위 등급
사례1. 대형 마트 A사. 납품 중소기업에 할인 행사 부담 떠넘기기 등 납품 단가 후려치기로 과징금 400억원 부과. A사의 ESG 등급은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사례2. 자동차 제조 B사. 10년 이상 거래해온 협력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기술 자료 제공 요청. 이후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대학에 해당 기술 자료 무단 제공 후 유사 특허 등록 후 다른 협력업체에 특허를 제공함으로써 단가 절감. B사의 ESG 등급은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사례3. 자동차 부품 제조 C사. 하도급 업체에 일정 기간 계약을 보장하고 매년 단가를 인하하는 장기 공급 계약 할인 약정(CR) 체결. 적자 누적으로 고통받던 하도급 업체는 단가 인상을 요구했으며, C사는 단가 인상을 조건으로 추천 인물을 하도급 업체 대표이사로 선임하도록 강요하는 등 경영 간섭. C사의 ESG 등급 역시 A 등급, S(사회)분야 점수는 A+ 등급
중소기업에 관행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요구하는 회사들이 ESG 평가에서는 최상위 등급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들은 거래 관계가 끊어질 우려에 내놓고 말도 못하는 불공정거래 관계를 감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소기업에 ESG 경영의 가치는 무색하고, 평가 기준은 의문스럽게 느껴진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외면한 중소기업에 대한 ESG 확산 요구는 ‘또 다른 규제’로 인식되는 이유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이어 이젠 ESG까지. ESG에 대해 중소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다. 대다수 중소기업에 ESG는 기회보다는 또 다른 경영 부담으로 작용한다. ESG의 확산 물결 속에 우리 사회의 화두인 공정에 대한 논의는 빠진 듯해 안타깝다. 정부도 ESG 지표를 개발하고 중소기업 ESG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확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ESG가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시장에 수많은 ESG 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K-ESG 지표를 만들기로 한 이상, 시장의 흔한 지표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공정한 거래 생태를 기반으로 한 선진국의 지표를 그대로 도입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 된다. K-ESG에 대해 기업을 평가하는 도구를 뛰어넘어, 국가적 ESG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S분야 지표에 우리 시장의 현실에 맞도록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확립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ESG 경영 계획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협력사는 리스크 관리 대상일 뿐, 본래 가치인 ‘이해관계자와의 공익 추구’ 차원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발표하는 협력사 ESG 지원 계획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공급망 평가모델 개발 수준에 그친다. 중소 협력사에 ESG는 또 다른 평가 수단이자 부담일 뿐이다.
중소 협력사 ESG 수준 높여야
대기업의 ESG 책임이 ‘공급망 관리’ 수준에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들도 어려운 ESG가 중소 협력사에 그대로 전달되면 어려움에 대한 부담의 체감 수준은 훨씬 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중소 협력사의 ESG 수준을 높이는 것을 자사 ESG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지난호에 소개한 SK하이닉스의 ESG 펀드 조성을 통한 협력업체 ESG 개선을 위해 저리 대출을 실시하는 사례가 바로 그 모범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정부도 대기업들의 이러한 상생 노력을 적극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7월 1일부터 전담팀을 꾸려 바람직한 ESG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ESG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삼성과 포스코가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 환경 조성을 지원하듯, ESG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또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자를 중심으로 중소기업ESG위원회를 구성하고, 홈페이지에 ‘ESG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해 실제 중소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발굴해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한 대기업의 ESG 상생 노력을 지수화, 모범 사례를 발굴·홍보해 상생 ESG를 전파하고자 한다.
ESG는 중소기업이 실천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불공정한 시장 기반은 중소기업의 역할을 수동적 수용자로 제한할 뿐이다. ESG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적 경영 환경 격변기에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중소기업이 자발적 참여자가 되어 국가적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과 공익 추구라는 ESG의 기본 가치를 되새기며 국가적 ESG 목표를 수립해보자.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