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업으로 분류되는 교통 사업의 원가 3요소는 차값, 연료비, 인건비다. 원가 금액에 따라 이용 요금이 결정되는 구조다. 운수 사업자들은 끊임없이 비용 절감 방법을 찾아왔다. 그러나 사업자 스스로 비용을 줄일 방법을 쉽게 찾지 못했다. 이동이 필요한 주체, 이동 수단의 용도, 기능 등에 따라 사업 분야에 ‘칸막이’가 설치된 탓이다. 요금도 통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운수업은 언제나 개선이 필요한 낙후 산업으로 인식된다.

택시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요금을 정하기 때문에 사업자가 서비스 개선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했다. 모범택시가 등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들도 운수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원가를 절감해야 했고, 손댈 수 있는 방안은 차종을 약간 더 고급화하는 것이었다. 중형 세단보다 고급스러운 차량으로 요금을 비싸게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모범택시보다 더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대형 세단으로 운행하는 고급 택시가 등장했다.

세단 외에 승합차를 활용한 택시 서비스 등 실용적 수요를 원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 수요를 겨냥하고 기아 카니발로 승부를 건 ‘타다’가 나왔다. 소비자 호응에 예상이 적중한 듯 보였다. 그러나 타다 또한 차종만 카니발일 뿐이었다. 돈 받고 사람을 이동시켜주는 기존 운수업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택시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입된 것이 ‘플랫폼 운송택시’다. 스마트폰 앱 등 플랫폼으로 택시 사업을 하되, 13인승 미만 차종은 제약 없이 이용하게 했다. 새로운 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렌터카도 쓸 수 있도록 했다. 매달 자동차 임대료를 내고 해당 차종을 택시로 쓰는 방식이다.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 관용 또는 공용차를 대체하는 법인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한 유니버설 택시사업을 하겠다는 기업도 나타났다. 프리미엄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를 표방한 스타트업 레인포컴퍼니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대형 로펌 등과 손잡고 기업형 구독 서비스 실험에 착수했다. 고요한택시는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고용한 사회적기업이다. 유니버설 모빌리티 투입을 약속하며 차별 없는 이동 서비스 기치를 내걸었다. 이동의 다양성이 담보되면서 각자 특화 서비스로 시장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활발하다.

택시업계도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차종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T, 아이엠(I.M) 등은 카니발로 대표되는 승합 택시를 투입 중이다. 오랜 시간 중형 세단 중심이던 택시 시장이 바뀌려면 결국 차종 다양화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서비스를 고급화하려면 비용 부담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근 승합 택시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점은 고급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택시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자가용 시장에서 프리미엄 차종이 확대되면서 고급 택시 서비스 요구가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수준이 확실히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또 이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 운송택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동 서비스에서도 다양성을 원하는 욕구는 언제나 강렬했으니 말이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