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아이스팩 수거마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에 '아이스팩 수거마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냉장·냉동 식품 배달이 증가하면서 아이스팩 사용량도 늘고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이스팩 사용량은 2019년 2281만개에서 2020년 2926만개로 약 28% 증가했다. 올해 다시 112% 증가해 총 6198만개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는 일상 속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아이스팩을 '재활용'해보기로 했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시 마포구는 지난 3월부터 아이스팩 5개당 종량제 봉투 10L짜리 1개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수거된 아이스팩은 세척·소독 과정을 거쳐 소상공인에게 지원되며 소상공인은 신선·냉동제품을 보관·배달할 때 이 아이스팩을 다시 사용한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에서 장볼 때 함께 왔던 아이스팩. 물을 얼린 형태의 아이스팩이다. [사진=이미경 기자]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에서 장볼 때 함께 왔던 아이스팩. 물을 얼린 형태의 아이스팩이다. [사진=이미경 기자]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약 2주간 4인 가족인 기자의 집에 쌓인 아이스팩은 모두 21개. 우선 이 아이스팩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을 분류했다. 수거 대상 아이스팩은 젤 타입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분류 작업을 끝내니 재활용이 불가능한 아이스팩은 한 종류였다.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B마트'에서 장 볼 때 함께 왔던 아이스팩 4개는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물로 돼 있어 사용한 뒤 물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물로 만들어진 아이스팩이나 물과 전분·소금을 배합한 냉매로 충전한 아이스팩도 '친환경 아이스팩'으로 분류된다.
젤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 폴리머(SAP·Super Absorbent Polymer)로 만들어진다. [사진=이미경 기자]
젤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 폴리머(SAP·Super Absorbent Polymer)로 만들어진다. [사진=이미경 기자]
젤 타입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는 이유는 이 아이스팩이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라서다. 젤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 폴리머(SAP·Super Absorbent Polymer)로 만들어진다. 폐기된 젤 아이스팩은 소각 또는 매립되는데, 매립된 아이스팩은 자연 분해에 약 500년이나 걸린다. 물에 녹지 않고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도 않는다. 소각할 때는 다이옥신 등 2차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하진 않지만 수분 함유량이 많아 소각처리 비용이 많이 든다.

집에 있던 젤 아이스팩의 무게는 개당 약 350g. 친환경 아이스팩을 제외하고 17개를 챙기니 무게가 6kg에 달했다. 종량제 봉투를 받을 생각에 무더위 속 아이스팩을 들고 주민센터에 들어섰지만 당황스러웠다. 수거함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의 '무엇이든 상담창구'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의 '무엇이든 상담창구' 모습. [사진=이미경 기자]
무엇이든 알려준다는 상담창구로 가서 젤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직원은 한쪽 벽에 걸린 마대자루를 가리키며 "예산이 소진돼 종량제 봉투는 못 드린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아이스팩 수거기간은 올해 3월1일~12월31일까지지만 종량제 봉투는 정해진 예산 내에서만 제공한다. 그만큼 아이스팩 수거량이 많아 5개월도 안 돼 예산이 소진된 것이다. 마포구의 경우 종량제 봉투는 동마다 400장 한도로 제공됐다. 이 주민센터에서 이미 2000개 넘는 젤 아이스팩이 수거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 노원구에 설치된 아이스팩 수거함 모습. [사진=노원구청 제공]
서울시 노원구에 설치된 아이스팩 수거함 모습. [사진=노원구청 제공]
각 지방자치단체는 아이스팩 수거함을 별도로 만들어 재활용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는 지난 6월 동 주민센터 19곳과 지역 내 공동주택 257단지에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악구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아이스팩 수거함 설치 지역을 늘릴 방침이다. 젤 아이스팩 수거함 위치를 알고 싶다면 '포장공제조합' 홈페이지나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 수준에서 젤 아이스팩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부문에서도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S수퍼마켓은 지난 4월부터 지자체와 협업해 아이스팩을 수거·재활용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수퍼마켓은 지난 4월부터 지자체와 협업해 아이스팩을 수거·재활용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수퍼마켓은 올해 4월부터 지자체와 협업해 아이스팩을 수거·재활용하고 있다. 수거된 젤 아이스팩이 GS수퍼마켓에 공급되고, 이 제품은 냉장·냉동상품 구입 소비자 물건을 배달할 때 다시 활용된다. 소비자는 GS수퍼마켓 매장 내 서비스 데스크에서 젤 아이스팩을 반납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 역시 2018년부터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현대홈쇼핑 홈페이지 및 앱에서 수거 신청을 하면 배송 기사가 아이스팩을 수거해간다. 수거된 아이스팩은 전통시장이나 식품업체 등에 전달된다.

젤아이스팩이 아닌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동원F&B는 지난해 얼린 샘물 보냉재 '동원샘물 프레쉬'를 선보였다. 동원샘물 프레쉬는 시판되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샘물이라 녹으면 마시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